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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팍커크] 서로의 생리학 02 본문

Star trek/서로의 생리학

[스팍커크] 서로의 생리학 02

곰냐미 2017. 5. 25. 01:24



스팍은 오랜만에 정해진 일과가 없는 아침을 맞이하며 침대에서 일어나 자연적인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을 돌아보았다.

아직 해가 전부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고 간밤의 비에 하늘엔 구름하나 없이 맑았다.


몸이 개운했다.

날짜를 확인해보니 이틀이 지나있었다.

자신이 잠든 동안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뉴스 헤드라인만 간추려 들으며 크게 기지개를 펴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남아있는 잠을 털어내기 위해 세안을 하고 가벼운 훈련복으로 갈아입었다. 행성에 정박하고 처음으로 정복과 구두가 아닌 훈련복과 운동화를 신고 숙소를 나섰다.

가까운 공원에 도착하자 가볍게 뜀박질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적당하게 불어 열이 오르는 피부를 식혀주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습기에 활발하게 증식한 미생물들의 냄새가 났다.


지구인에 맞추어진 행성의 대기는 스팍이 살아오던 벌칸에 비해 습도가 33.8% 높아 항상 피부가 축축했다. 지구의 습기는 벌칸에 비가 내리는 우기의 습도와 오차가 5% 이내로 비슷했다. 하지만 중력이 43.7%정도 적게 적용 되었고 그 차이는 발로 땅을 박찰 때 마다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오른다면 정말 몸이 허공으로 떠오를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었기에 습도와 대기의 질을 감소하더라도 지내기 나쁘지 않은 행성이었다.


공원을 두 바퀴 가볍게 뛰고 서서히 속도를 올려 페이스를 생각하지 않고 오랜만에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제일 안정적인 달리기 방법을 무시하고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내며 비효율적으로 뛰는 몸은 금방 과부화에 걸렸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왼쪽 옆구리에 위치한 심장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격렬한 펌프질로 혈관에 들어오는 혈액들이 꾸역꾸역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스팍은 심장의 움직임을 무시하며 뜀박질에 박차를 가했고 땀샘이 없는 피부는 열이 올라 곧 터질 것 같았다. 확장된 혈관으로 피부 아래 숨어 있던 혈액들이 빠르게 순환하며 피부가 얇은 부분이 연두색으로 물들었다. 가감 없이 들이키는 공기에 폐가 찢어지는 통증을 느끼며 속도를 줄이다가 두 발을 완전하게 멈추고 숨을 고르자 빠르게 열이 식어갔다.


이마를 가린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어느새 떠오른 태양이 머리 위에 뜨겁게 내리고 있었다.

강렬한 빛에 눈을 찡그리며 손으로 눈썹에 차양을 만들어 눈을 가리며 시선을 내렸다.


손끝에 닿는 머리카락에 지난 밤 자신의 젖은 머리카락을 넘기던 손가락이 생각났다.

조금을 따뜻한 체온의 손가락이 이마를 스치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고 하늘빛 눈동자와 눈이 얽혔다. 시선이 마주치자 황급하게 시선을 피하며 기대었던 몸을 일으켜 도망치듯 자신을 스쳐 지나가던 커크의 뒷모습이 생각났다.

바닥에서 튕긴 빗물에 발이 창백하게 젖어있었다.

왜 그의 발을 닦아 주지 못했을까.

작은 웅덩이가 만들어질 정도로 커크가 망설이는 동안 자신은 왜 아무런 사고를 하지 못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커크와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

커크가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불안감에 잠식되었던 뇌가 오랜만에 깊은 휴식을 취했다.

커크에 대해서 신경 쓰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체모를 불안감을 커크가 없애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결론이 나지 않을 생각들이 가득한 머리를 흔들었다.


숙소로 돌아온 스팍은 욕실의 거울 앞에 서서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커크가 무엇을 보고 놀란 것인지 추측해 보려고 자신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환하게 들어난 이마와 위로 솟은 눈썹이 선명하게 모습을 들어난 것 빼고는 그 때와 자신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앞머리를 뒤로 넘긴 머리 모양이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흔들어 앞머리를 내렸다.

어쩌면 커크도 이마가 들어난 자신의 새로운 모습이 어색했기에 그런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결론 내리며 아침에 미리 방문허가를 받은 시간에 맞추어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실 앞에 도착한 스팍은 노크 후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 안에는 침대 주변으로 투명한 차단벽이 둘러져 있었고 커크는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않았다.

스팍은 불안감을 진정시키며 차단벽 앞에 섰고 커크의 가슴이 일정하게 오르락내리락 움직이지 않았다면 또 다시 어떤 감정의 폭풍에 휩쓸리게 될지 추측하지 못했다.


띠롱-


스팍이 병실에 들어선지 4분 29초가 지나며 예약했던 방문 시간이 되자 방문자가 찾아왔다는 작은 알림소리에 커크가 뒤척이다 눈을 떴다. 잠에서 깨지 못한 눈이 나른하게 풀린 채 느리게 움직였다. 무언가를 찾는 듯 불안감에 젖은 눈동자가 주변을 훑어보다가 스팍과 시선이 마주치자 스팍에게 시선을 때지 못했다. 그제야 비몽사몽 잠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커크의 손가락들이 잘게 경련했다. 손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는지 1 분 17초가 지나고 나서야 느리게 손이 올라가 확실하게 떠지지 않는 눈을 비볐다. 스팍이 먼저 목례를 건네자 커크가 기지개를 펴고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으음... 많이 기다렸어?”

“제가 휴식을 방해했군요.”


스팍을 바라보는 커크의 눈은 다 뜨이지 못했다. 어쩌면, 눈을 감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었다.

기지개를 펴며 쭉 늘어났던 몸이 바람이 빠진 것처럼 줄어들었다. 항상 함장석에서 꼿꼿하게 서 있던 허리가 깜짝 상자 속의 인형처럼 구겨져가는 것 같았고 축 늘어진 어깨와 구겨진 허리가 커크의 몸을 7.45%정도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아니야. 약이 졸리는 것 같아. 하루 종일 잤는데도 졸려...”


소리보다는 공기가 더 많이 섞인 느린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커크의 두 뺨은 마지막으로 창백한 등 아래에서 보았던 색보다 더 붉었고 숨이 평소보다 거칠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왼쪽으로 고개가 23도 기울어져 있었다. 커크는 그것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스팍, 어제도 왔었어?”

“어제는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하실 말이라도 있었습니까?”


말을 다 끝내지 못한 듯 다물어지지 않은 입술에 시선을 집중하고 지나가는 바람과 같은 커크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귀를 세웠다. 소리가 되지 못한 ‘다행이네’라는 말은 입술에만 머물다가 사라졌다.


“아니, 아니야. 사복은 처음 보네.”


커크의 반응이 0.4초 느렸고 스팍은 그런 커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사건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과 커크 사이에 있는 벽을 부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 원시적인 파괴본능에 대한 변명으로는 그 때와 다르게 자신이 방관자가 아닌 현장에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커크를 도울 수 있을 거라는 비논리적인 근거를 끌어와 합리화 했다.


“혹시, 어디가 불편합니까?”

“그냥 열이 올라서 그래. 이건 본즈가 극성인거지.”


커크는 차단벽을 가리키며 허탈하게 웃었다. 인간의 표준 체온인 36.5℃를 3.3℃ 넘어선 체온으로 인해서 커크는 이성적인 판단과 대화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닥터의 상황대체능력은 매뉴얼로 진행했습니다. 함장님께서는 방사선에 치사량으로 노출되어 있었고, 지금 비정상적인 체온상승 현상은 그 후유증 일 수도 있습니다.”

“스팍, 짐. 짐이라고 불러.”


스팍은 피곤한 얼굴을 쓸어내리던 커크의 손이 부스스한 머리를 무신경하게 쓱쓱 뒤로 쓸어 넘기는 것을 지켜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짐.”

“음... 우선 지금 내가 열이 나는 이유는 방사선 후유증이 아닐 거야.”

“짐작 가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나는 단순하게 젖은 옷으로 오래 있어서 걸린 감기로 생각 하고 있어. 본즈는 내 의견을 무시하고 스팍이 말한 것처럼 방사선 후유증일지도 모른다고 호들갑이지만... 아마, 칸의 혈청 때문에 신경 쓰이나봐. 내가 첫 실험자니까. 평소에는 본즈의 오지랖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지?”


동의를 구하는 듯 커크가 빙그레 웃으며 스팍을 바라보았고 스팍은 커크의 말을 다시 되뇌어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지난밤에 17분 13초 동안 비를 맞으며 걸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까?”

“원인이라기보다는 조금의 도움을 준거겠지. 산책 한 번으로 감기에 걸리는 사람은 없어.”

“면역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제 탓....”

“그럼, 내 탓이지. 네게 산책가자고 제안한 건 나니까. 스팍. 병실에만 있는 건 답답해.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아무도 없으면  불안하거든. 이런 적 없었는데, 요즘 그래. 이게 꿈인지, 내가 죽은건지 구별을 할 수가 없어서 불을 어둡게 못하겠어. 본즈 말처럼 상담 치료가 필요하나봐.”


원인관계를 확실하게 하며 처음으로 커크가 자신에게 불안감을 호소하는 말에 스팍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논리적으로 따지는 건 조금 봐줘. 나 아직 환자야. 게다가 어떤 약인지 몰라도 나는 지금 너와 대화 하는 것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꿈인데 잠이 쏟아지기도 하나?”


스팍이 다시 입을 열기 전에 커크가 마지막으로 스팍의 입을 확실하게 막으며 몽글몽글 웃었다.


“찾아와 줘서 고마워. 잠만 자다가 다른 사람 얼굴 좀 보니까. 주변이 환기되고 좋은 것 같아. 꿈인지, 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요하신 건 없습니까?”


잠시의 침묵이 흘렀고 커크의 눈꺼풀이 아주 느리개 내려갔다가 올라갔다.


“....스팍, 바쁘면 무리해서 찾아오지 않아도 돼.”

“그럴 겁니다.”


커크는 단호한 스팍의 대답이 예상했던 답변의 하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직접 귀로 들으니 생각한 것 보다 큰 실망감을 느꼈고 굳어가는 표정을 숨기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로 떨구었다.


“맞아. 너는 그러겠지.”

“네.”

“스팍, 다음에 또 함께 산책할래?”

“짐의 신발이 슬리퍼가 아니라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크는 스팍의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고개를 들어 잠시 스팍을의 아무런 변화 없는 얼굴을 살펴보고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알았어. 그땐 다른 신발을 신을게.”

“그렇다면 더 없이 편한 산책이 되겠군요.”

“그럴 거야. 더 이야기 하면 좋겠지만 떨어지는 눈꺼풀을 더 이상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

“짐.”

“응?”


스팍은 조금 얼이 빠져 보이는 커크의 얼굴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병원의 목적은 환자의 회복에 있습니다.”

“알아. 그래도 하루 종일 잠을 자는 것 보다는 누군가 말을 하는 게 나을 때가 있어. 자다 일어나면 사방이 막힌 곳에서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 그게 좋지는 않더라고.”


스팍은 깨어 있으려고 노력하면서도 밀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말을 흐리는 커크의 모습에서 어쩌면 커크가 자신과 똑같이 그 사건에 대하여 후유증을 앓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푹 쉬시길 바랍니다.”

“응. 또 봐.”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커크가 이불을 끌어올리며 침대에 몸을 눕혔다. 


“스팍. 다음에... 다음에도 눈을 떴을 때...........................”


스팍은 커크의 점점 사그라지는 아주 작은 속삭임을 듣지 못했다.

뒤척이던 몸짓이 줄어들고, 느리게 내려갔다가 올라오던 눈꺼풀이 굳게 닫혔다. 모니터에 비춰지는 생체활성 신호들이 커크가 수면에 빠져들었다는 것을 알리듯이 8.6% 낮아졌다.

스팍은 두 눈으로 움직임이 없는 커크를 확인하고 두 귀로는 모니터의 소리를 들으며 완벽한 수면에 빠진 징후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몸을 돌려 병실을 나섰다.


병실에서 나온 스팍은 등 뒤로 병실 문을 조심히 닫고 몸을 돌려 의사들의 연구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정하게 걷던 걸음이 맥코이의 이름이 적혀 있는 방 문 앞에 도달했다. 문에 부착된 재실, 부재 등을 알리는 표지판에는 다행히 맥코이가 방에 있다는 ‘재실’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스팍은 손을 들어 연구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요.]


찰칵-


맥코이의 음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연구실 문을 열었고 스팍은 시야에 보이는 광경에 물어보려던 말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이... 스팍?”


스팍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고 경계심을 가득 담아 맥코이의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시선이 마주치자 가소롭다는 듯 씩 웃으며 스팍을 바라보았다.


“Dr.맥코이.”

“무슨 용건이야?”

“칸누니엔싱에 대한 우주연방의 결정은 이미 확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알아. 그건 너와 함께 연방법원에서 들었던 사항이고.”


스팍은 칸누니엔싱 앞에 서는 맥코이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그의 변명을 기다렸다.


“그 어떤 사항도 연방법원의 처분에 거스르는 상황은 연방에 해를 끼치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커크가 현재 원인을 알 수 없는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서 미루고 있을 뿐이야. 연방법원에 형 집행 연기 신청을 했어. 칸의 혈청에 대한 연구가 끝나고, 커크의 상태가 예전과 같이 회복되면 바로 진행할거야.”

“자비로운 연방에서 이런 개 목걸이도 걸어주었지. 펑-”


칸은 자신의 목을 쥐고 있는 검정색 목걸이를 손으로 가리키고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 옆에서 두 손을 펄럭이며 머리통이 터져나가는 손짓을 만들어 내었다.


“칸!”

“당신에게 발언권은 없습니다.”


스팍과 맥코이의 시선에 칸은 입술 앞에서 검지와 엄지를 붙이고 지퍼를 잠그는 손짓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의 입술은 웃고 있었고 그것은 스팍의 신경을 매우 거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닥터 맥코이는 저 인물은 전쟁범죄자이며 위험인물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습니까? 인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상황은 매우 비합리적인 행동임을 알고 있을 겁니다.”

“‘예외’라는 게 적용되는 상황이잖아. 그것에 대해서는 너도 동의 했고.”


스팍은 함선에서 맥코이와 말다툼을 하는 것과 같이 똑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항상 ‘예외’가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엔터프라이호에서는 정해진 공간과 선원들의 목숨이 달려있는 특수한 상황이었고 사안이 시급했지만 지금은 시급한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아니, 아직 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빌어먹을 홉고불린 같으니라고. 넌 짐이 죽어도 좋다는 거야?”


맥코이의 마지막 발언에 스팍은 눈썹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지금 닥터와 제가 이야기 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제가 육안으로 관찰했을 때 함장님의 상태는 신체의 기능은 87.2%로 정상으로 돌아왔고 생체 신호도 표준범위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맥코이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가 스팍의 답변을 듣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넌 과학부지 의료부가 아니야 스팍. 더 이상의 발언은 CMO에 대한 권한 침해로 상부에 보고할 수도 있어.”


스팍은 맥코이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감정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고 입을 다물었다. 맥코이도 자신의 발언이 과격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피곤함이 묻어 있는 얼굴을 손으로 문질렀다.


“방금 발언은 내가 실언했어. 후우-. 스팍. 네가 아니어도 지금 내가 수용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은지 오래야. 너와 나는 짐은 살리기 위해서 칸의 혈청을 사용하는 사항에 대해서 동의를 했어. 너는 짐이 깨어난 상황으로 모든 게 종료된 것 같겠지만 나는 지금 그 사항의 책임자로 연구를 하고 있어.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나는 연구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것뿐이야.”

“닥터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저도 감정이 지나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하겠습니다.”


칸이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두 사람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주먹질이라도 하는 거 아니었나? 시시하군.”

“벌칸은 인간과 다르게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럼 나를 쫓아와 주먹질 하던 벌칸은 다른 종족이었군.”


비꼬는 것이 명백한 칸의 말투에 스팍은 그를 바라보았다.


“중범죄자에게 굳이 논리적인 사고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무표정한 스팍의 대답에 오히려 칸의 얼굴에서 여유로운 미소가 사라졌다.


“벌칸 행성이 파괴 되었다고 하지, 우주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기분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느껴보길 바라지.”

“그 발언은 매우 비논리적이며 비약적인 발언입니다. 벌칸은 강화인간과 다르게 피해의식에 젖어있지 않고, 범죄자의 걱정을 받을 만큼 신체적, 정신적으로 약한 종족도 아닙니다. 현재 벌칸과 유사한 행성을 찾고 있으며 재건 사업에 대하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모른다면 발언을 하지 않는 것도 방법입니다. 강화인간의 지능이 높은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당신은 인간들에게 만들어진 ‘개체’일 뿐입니다. 유전자의 변형과 긴 시간을 거쳐 진화를 거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니 인간종족이 강화인간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말을 듣기를 종용하죠. 당신을 깨운 마커스 제독의 행동이 제 발언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다시 냉동될 겁니다. 인간들이 당신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까지 말입니다. 인간의 기술, 과학 발달 역사에 비추어 당신이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추측해보자면 빠르면 400년 늦으면 천년 그 이상, 기약이 없을 겁니다. 참, 가엽군요.”


칸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선 맥코이를 밀치며 앞으로 나서려 하자 맥코이가 그를 붙잡았다.


“그만해. 여긴 내 연구실이야. 둘 다 재수 없는 발언은 그만 끝내지 그래.”


칸은 스팍에게서 시선을 때고 자신의 팔을 붙잡은 맥코이를 돌아보고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스팍은 사과를 종용하는 맥코이의 시선에 늦게 입을 열었다.


“과한 발언이었다면, 사과드립니다.”

“할 말을 다 뱉고, 사과를 하는 건 굉장히 비겁하다고 보는데.”

“칸! 그만.”

“이성이 있는 지식인들은 주먹보다는 논쟁을 합니다. 자신의 치부나 약점이 들어날 경우 당신처럼 많이 화를 내더군요.”

“이 망할 홉고불린! 나가!”


스팍은 그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화가 난 맥코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감성적인 대처였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죠. 닥터 맥코이. 혹여나 동정심으로 전범의 형 집행을 유예하고 있는 건 아니길 바랍니다.”


맥코이는 스팍의 마지막 말에 얼굴을 굳혔다. 칸의 팔을 붙잡은 맥코이의 손끝이 하얗게 물든 것을 보았다. 스팍은 그 감정을 회피하던 문제와의 직면으로 인한 ‘분노’ 혹은, ‘죄책감’으로 간주하고 몸을 돌려 연구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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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음악


정준일- 바램


https://www.youtube.com/watch?v=E8Xh-0kjqEQ


https://www.youtube.com/watch?v=8aFkIogxFZ4



현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다 뿌시고 싶은걸 참느라 너무나 무력했다. 어흐흐흑 ㅜㅠ

은.... 제가 액션신에 쥐약이라서 되지도 않을 장면이였습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