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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시목] 소나기 본문

Drama

[세원시목] 소나기

곰냐미 2017. 9. 3. 01:09





*작업곡 : IOI -소나기





세원은 자신의 앞에 걸음을 옮기고 있는 시목을 쫓아 걸음을 서둘렀다.


"황검사님."


시목이 세원의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어깨너머로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치자 세원이 입을 열었다.


"다들 배고프실 것 같아서 야식 좀 사서 가는 중입니다."

"예."


양손에 든 빵 봉지를 들어보였다. 시목은 세원이 들어올린 봉지에 시선을 움직이곤 고개를 끄덕였다.


"저..."


세원은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시목을 붙잡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자신에겐 황시목이라는 사람이 '이창준' 쪽에 선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할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네."

"검사님 뒷조사 한 것은 저 입니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세원을 본 시목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있었습니까?"

"부모님께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강부장님이 추천한 저를 선택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불편하시면 교체하셔도 됩니다."

"상관없습니다. 거짓말도 아니니까요."


조약돌처럼 작고 단단해 보이는 시목은 그 짧은 대답만 남기고 아무런 변화 없이 몸을 돌려 사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세원은 시목의 대답에 특검에 계속 머물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곤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안도감에 휩싸여 시목이 자신을 특검팀에 둔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시목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간 세원이 책상 위에 간식거리를 내려놓자 사람들이 모두 봉지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보기 위해 세원의 곁으로 다가 왔다. 


"간식드세요.

세원은 봉지를 엎으며 빵을 꺼내놓았다. 사람들이 이것저것 살펴보며 자기가 좋아하는 빵을 하나씩 쥐고 먹었고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자 다들 조용해졌다.


"시목아, 그 빵 맛있어?"

"거... 거..."


정본이 서슴없이 시목이 손에 들고 있는 빵을 한 입 깨물었고 그것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몇 있었다. 특히 호섭은 정본이 시목을 허물없이 대하는 모습에 수 많은 말들이 목을 막아버린 듯 쏟아 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다른거 먹어야겠다."


눈치가 없는 건지, 무시하는 건지 정본은 다른 빵을 고르기 위해 빵 무더기를 뒤적거렸고 호섭은 말을 뱉어내지 못해 답답한지 가슴을 두어번 쳤다.

시목과 정본, 호섭을 제외하고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세원은 서로 경쟁하지 않은 특임이 좋다고 생각했다.

세원이 속한 사건부는 검찰 내부의 내사도 담당하던 부서이기에 다른 검찰들이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렇게 한 가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른 부서 사람들과 협력하는 일은 이렇게 특별한 일이 있지 않는 한 손에 꼽았다.


"윤과장님은 안드세요?"

"먹으려고요."


영의 말에 세원이 빵을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시목과 시선이 마주쳤다. 눈인사를 하는 시목에게 세원은 아무런 거짓없이 웃었다.

서류로 시선을 옮기는 시목의 귓바퀴가 살짝 붉게 물들었다.

그 미묘한 변화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고 정본만이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일 뿐이었다.


하나, 둘 퇴근하고 사무실에 시목과 세원만이 남아 있었다.


"퇴근 하겠습니다."

"아, 네."

"황검사님도 그만 퇴근 하시죠."

"네."


세원이 책상 위를 정리하고 겉옷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찰칵


세원이 사무실을 나가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가 찾아온 사무실에 혼자 남은 시목은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등 뒤에 있는 화이트보드를 뒤집었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것들을 추가하고 삭제하며 용의자들의 사진이 있는 관계도와 타임라인을 수정했다.


'어디를 놓친걸까.'


다 이어지지 않은 관계도를 한 번 훑어보아도 더 이상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고 내일 할 일이 있었기에 휴식이 필요했다.

다시 화이트보드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책상을 정리했다.

의자에 걸쳐둔 옷을 꿰어 입고 집에서 보기 위해 챙긴 서류를 손에 들었다.


쏴아아


건물을 나서자 가을비치곤 시끄럽게 쏟아지고 있었다.

시목은 자신의 손에 있는 묵직한 분홍색 보자기를 바라보았다.

자료를 다시 사무실에 가져다 두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어둠 속에 서 있던 차가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조용히 다가와 건물 앞에 섰다.

멈춘 차의 운전자석에서 누군가 내려 긴 우산을 쓰고 시목에게 뛰어왔다.


시목은 그림자에 숨은 그가 누구인지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보았지만 비까지 내린 상태이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검은 그림자가 가깝게 다가오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황검사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우산 속에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원은 경계하는 시목의 모습을 발견하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었다.

뒷걸음치려던 발이 제자리로 내려갔다.


"윤과장님."


시목의 말에는 아까 나간 세원이 왜 지금 여기 있는지에 대하여 묻고 있었다.


"퇴근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길어져서요."


세원은 익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사실 차에 시동을 걸고 바라본 사무실에 불빛이 꺼지지 않았기에 기다렸다.

왜냐하면 자신이 내려올 때도 비가 아주 드물에 떨어졌고, 아스팔트에서 독한 냄새가 났다.

몸에 걸쳐진 옷도 바닥으로 잡아 끄는 습기에 무겁게 흘러내렸다.

조금만 기다리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무실의 불이 꺼질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아..."

"과장님께는 아무말도 안했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보고서로 들어갈 내용들이니까요."

"황검사님은 정말 투명한 사람이네요."

"물이 투명하면 물고기가 못 산다고 하더군요."

"투명한 물에만 사는 고기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예."

"비가 많이 오네요. 차 안가져 오셨으면 데려다 드릴게요."

"택시 타고 가면 됩니다."

"지금 새벽 2시 입니다. 콜택시 부르신 겁니까?"

"아직요."

"그럼 타세요."

 

세원은 자신의 손에 있는 우산을 시목의 위로 기울였다. 건물 밖에 서 있는 세원의 어깨와 다리가 젖어갔다.

시목은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내밀어진 세원의 손을 바라보았다.


"황검사님, 자료 들어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시목은 세원의 손에 자료를 주는 대신 우산 안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세원은 바짝 다가온 시목의 행동에 놀라 살짝 물러났다가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시목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우산을 시목의 옷이 젖지 않도록 기울였다.


투두두둑


우산에 쏟아지는 빗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시목과 마주하지 않은 어깨가 빗물에 빠르게 젖는 것이 느껴졌다.

조수석까지 시목을 안내하고 운전석에 앉아 스미지 않은 빗물을 털어내고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기 위해 팔을 뻗었다.


"젖으셨네요."

"조금요, 여름이 끝났는데도 비가 많이 내리네요. 주소 좀 알려주세요."


시목의 집 주소를 넣고 안내를 시작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오자 세원은 기어를 바꾸고 페달을 밟아 자동차를 움직였다.


차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작은 소리들을 모두 내리 누르는 것 같았다.


"...강부장님과 친하십니까?"

"아, 저희 첫 만남이 그때였네요. 황검사님은 그때도 바쁘시던데요. 식사도 못하시고 가셨잖아요."

"네."

"사실 강부장님 하고 밥 먹는 것 보다는 혼자 먹는게 나을 때도 있죠."


시목이 세원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세원은 그런 시목의 의외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강부장님께는 조금 신세를 졌습니다. 황검사님은 함께 근무하셨죠?"

"네."


단답형의 시목의 대답과 강원철 부장을 제외하고선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지지 못했다.


차 지붕을 뚫을 것 처럼 내리던 비가 거짓말처럼 멈추었고 늦은 시각의 도시의 도로는 차가 다니지 않아 한가했다.


처음 안내되어진 시간보다 일찍 아파트 앞에 도착했고 차가 멈추자 시목이 짐을 챙겨 내리려고 했다.

세원이 분홍색 보자기로 싼 자료를 먼저 들어 내리자 시목이 이유를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차에서 내려 세원을 바라보았다.


"황검사님, 현관 앞까지 같이 가죠. 저번에 그런 일도 있었고, 제가 불안해서요."

"...아..."


세원의 말에 시목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파트 안으로 앞장서서 걸음을 옮겼다.


땡-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시목이 현관을 열기 전에 세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원이 내밀어진 시목의 손에 짐을 넘겨주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황검사님."

"네. 감사합니다."


시목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문이 딱 맞는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세원은 현관에 적혀 있는 호수를 확인하고 몸을 돌려 움직이지 않은 엘레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올라탔다.


시목은 짐을 내리고 세원의 젖은 옷이 생각나 수건을 집어 몸을 돌려 현관문을 열었다.


찰칵.


열린 현관문 너머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엘레베이터의 위치를 나타내어 주는 표시판에 주황색 글씨가 하나씩 적어지고 있었다


-


특검의 마지막 밤

헤어짐이 아쉬운 밤이었기에 여진의 옥탑방 평상에 모여 다 같이 웃고 떠들며 술을 마셨다.


영의 핸드폰으로 기념 사진을 찍고 헤어짐의 아쉬움을 말로 꺼내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으며 웃으며 작별 인사를 주고 받았다.

걸음을 옮기던 시목이 비틀거리자 다들 놀라며 시목에게 우르르 다가가 시목을 살폈다.


"선배님!"

"황검사님!"

"시목아!"


정작 비틀거렸던 본인은 고개만 돌려 덤덤한 표정으로 왜 부르냐는 표정이였다.

시목의 표정에 여진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황검사님 취하셨구나!"

"이야, 오래 근무하고 볼 일이네요. 황검사님이 취하신 모습도 보고."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에? 윤과장님이요?"

"과장님 스톱. 술 한 잔이라도 하셨으면 대리기사 부르셔야 해요." 

"네."


호섭이 세원의 앞에 놓여있던 잔을 들어 맛을 보더니 배신당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잉? 이거 물???"

"황검사님 가시네요. 내일 뵙겠습니다."

"어?!"


다들 속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원에게 무어라고 하기 전에 세원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세원은 시목을 부르는 대신 생각에 잠긴 듯 느리게 골목을 내려가는 시목을 쫓아 내려갔다.

세원이 옆으로 다가가 그림자가 나란히 서게 되자 시목은 그제서야 걸음을 멈추고 세원을 돌아보았다.


"윤과장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무것도요."

"데려다 드릴게요. 황검사님."

"두번째네요."

"그렇네요. 불편하세요?"

"아니오."


그것 뿐이었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 큰 도로로 나오자 시목이 걸음을 멈추었다.


"차 안 가져 오셨습니까?"

"사실, 술 마셨거든요."

"...."

"황검사님이 걱정되서요."

"예."


시목의 고개가 작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택시에 함께 올라탄 세원과 시목은 아무말이 없었다.


세원은 그래서 시목이 좋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의 세원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게 편했다.

시목과 함께 있으면 그냥 자신은 서부지검 사건부 과장 윤세원이었다.


어깨에 무언가 닿는 기분에 돌아보니 시목이 머리가 어깨에 닿아있었다.

앞으로 숙여진 머리를 보니 잠든 모양이였다.


아파트 앞에 도착한 세원은 시목을 어떻게 깨워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깜박이를 켠 택시기사의 초조한 신호에 세원이 손을 뻗어 시목의 몸을 흔들었다.

소리 없이 눈을 뜬 시목이 세원의 손에 이끌려 택시에서 내렸다.

아파트에서 나오는 불빛에 눈을 찡그리며 잠이 깨지 않은 표정으로 멍하니 아파트를 바라보았다.


"황검사님."


시목이 자신의 팔을 잡은 세원의 손을 털어내고 아파트로 들어갔고 세원은 비틀거리는 시목을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시목이 세원의 소매를 쥐었다.

세원은 그 손을 거절하지 못하고 아파트 입구에서와는 반대로 시목의 손길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철컥


세원은 무거운 현관문이 등 뒤로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갈증을 느낀 시목은 구두를 벗고 바로 냉장고로 향했다.

세원은 시목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발을 딛으며 빠르게 시목의 집을 둘러보았다.


딸칵


시목은 돌덩이같은 머리를 가누지 못하는지 삐뚤게 고개를 기울이고 홈바를 열었다.

선반에 있는 2L 생수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컵에 물을 따르려고 했다.

순간, 귀가 찢기는 통증이 느껴졌기에 비어있는 왼손으로 귀를 막았다.


빠르게 집을 살펴보고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세원은 시간이 멈춘 듯 귀를 막고 멈춰있는 시목의 행동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황검사님?"


세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순간 시목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지며 무게중심을 잃었다.

바닥으로 쓰러지는 몸을 본 세원은 다급하게 달려갔다. 다행히 허공에서 시목의 몸을 받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오직 시목만 보고 급하게 달린 세원의 몸이 대신 씽크대의 모서리에 찍혔고 시목의 머리는 운이 좋게 가구의 모서리를 피해 세원의 품으로 기울었다. 품에 안은 시목의 몸이 시체마냥 뻣뻣했다.


퉁!


시목의 손에 쥐어져 있던 생수통이 바닥에 떨어져 물을 뱉어내었고, 긴장된 듯 뻣뻣했던 시목의 몸이 세원의 팔 안에서 축 늘어졌다.

힘없이 늘어진 시목을 품으로 끌어 안으며 세원은 머리가 새하얗게 비어지며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느꼈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

시목이 보냈던 신호 중에 무엇인가 놓친것이 있는건 아닐까?

자신의 아이를 배웅했던 그 날처럼 무언가를 놓친 것이 아닐까?


세원은 두 팔에 힘을 주며 시목의 몸을 끌어 올렸지만 고개를 숙여 시목을 볼 수가 없었다.

생수병에서 왈칵왈칵 쏟아진 물이 큰 웅덩이를 만들었다. 세원의 무릎과 양말이 젖었고,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 시목을 내려보았다.


"황검사님? 황검사님!"


시목의 눈꺼풀 너머로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미간은 한껏 구겨져 있었다.


'무엇을 놓친걸까.'


시목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한 세원은 시목을 등에 업고 무작정 병원으로 향했다.

세원은 이번에는 자신이 놓친 것이 없기를 빌었다.


-


눈을 뜬 시목은 마지막으로 보았던 자신의 집 냉장고나, 마루바닥의 무늬가 아니라 처음 보는 하얀 무늬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괜찮습니까?"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평소와 다르게 헝크러진 머리를 한 세원이 서 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의 세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윤과장님."

"큼, 아픈곳은, 크흠. 없어요?"


세원은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목을 몇번이나 목을 가다듬고 말을 꺼냈다.

시목은 대답 대신 하늘색 담요를 걷고 침대에서 일어나 침대 모서리를 잡고 앉았다.


"어지러우며 말해요."

"괜찮습니다."


시목이 수액 바늘을 뽑고 고개를 숙여 병실 배드 아래에 신발을 찾았지만 한 쌍의 슬리퍼가 놓여 있었다.


"제가 업고 오느라 신발이 없어요. 아래 가게에서 급하게 샀어요."

"신세를 졌습니다."

"황검사님, 제가 보기에는 조금 더 누워 있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병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목은 기어이 슬리퍼를 꿰어 신고 침대에서 일어났고 세원은 비틀거리는 시목의 팔을 붙잡았다.


"의사가 뇌 수술한 부작용이라고 말 하던데, 자주 이런겁니까?"


시목을 붙잡은 세원의 손아귀에 힘이 꽤 실려 있었다.


"......"


세원은 시목의 침묵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 들였다.


"황검사님, 다시 침대에 눕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놓으시죠."


시목이 세원의 팔을 때어내며 지갑을 찾았지만 외투도 없이 온 상태라 아무것도 있지 않았다.


"황검사님!"


세원이 격양된 목소리로 시목의 팔을 잡아 배드에 앉혔다.


"비용은 지불했습니다."

"아..."


시목은 화가나 구겨진 세원의 표정을 보며 이해하지 못했다.


"또 쓰러지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알아서 하겠습니다."

"사람이 의식을 잃고 한 순간에 쓰러지던데 본인이 어떻게 알아서 합니까."

"10년은 알아서 했습니다."


시목은 부작용을 앓는 것은 자신인데 왜 세원이 화를 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세원의 손아귀에 잡힌 팔이 아팠다.


"그리고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처치는 없습니다. 쉬는 거라면 차라리 집에서 쉬고 싶은데요."


시목의 말에 세원은 시목의 팔을 잡고 있는 손을 때어내고 배드에 걸쳐두었던 외투를 건내었다.


"검사님이 잠든 모습을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습니다. 가죠. 외투는 감기 걸리기 전에 걸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과장님은요."

"아픈사람이 먼저죠."


'아픈사람'이라는 단어에 시목의 표정이 딱딱하게 변했다.


"괜찮습니다."


거절하는 시목의 어깨에 세원이 기어코 외투를 걸쳤다. 시목은 어깨에 걸쳐준 겉옷을 벗으려다가 뚫어질 듯한 세원의 시선에 팔을 꿰었다.


"대려다 드리겠습니다. 거절하지 마세요."

"......."


세원의 친절을 거절하려던 시목은 울음을 참는 듯 붉게 핏대가 오른 눈동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집으로 돌아온 세원은 시목이 침대에 누워 잠들 때까지 정말 옆에서 하나하나 지켜보았다.


-




-

중략???

앞으로 생각나면 쓸 것 


시목이 불편하지 않도록 수술 부작용에 대해서 함구하고 조용히 시목을 챙겨주는 세원과 마주치는 시간이 잦아지고 검찰청 내에서 전혀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주말을 같이 보내게 되고, 자연스럽게 세원이 시목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었으면.


텅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가까운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두 손 가득 비닐봉지를 들고 시목과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원이 마주보던 여자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유치원 나이로 보이는 아이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 둘이 세원을 스처지나가는 데로 고개를 따라 돌렸다.

앞서 걸어가던 시목은 세원이 멀리 떨어진 것을 알아채고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았다. 뒤돌아보던 세원의 시선이 돌아와 바라보고 있던 시목과 마주치자 무표정이었던 세원의 얼굴에 텅 비어있는 웃음이 띄어졌다. 세원이 종종걸음으로 시목의 옆으로 다가와 다시 같이 서서 걷기 시작했다.


"왜 그럽니까?"

"엄마랑 아이가 사이 좋아 보이네요."

"아는사람 입니까?"

"비슷한 것 같아서요."


시목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세원의 손을 잡았고 세원은 그런 시목을 바라보며 조금은 슬프게 미소지었다.


"배고픕니다."

"네. 빨리 가죠."


시목의 집에 도착해서 세원이 익숙하게 조리도구를 꺼내며 오늘의 요리를 만들었고 시목도 나름 쌀을 씻어 물을 맞추며 압력밥솥에 쌀을 넣었다.

짜고 뜨거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시목을 위해 요리를 한 세원은 2인용 식탁에 마주 앉아 수저와 젓가락을 들었다.


"밥이 맛있네요."


시목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밥을 먹었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 시목의 만족한 표정을 본 세원도 웃었다,


"검찰청에서는 항상 혼자 먹던데, 다음에는 같이 먹어요."

"혼자가 편합니다."

"난 황검사님이랑 먹고 싶은데요."


세원의 말에 시목은 조금 고민에 빠진 듯 했다.


"곤란하면 어쩔 수 없고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우연처럼 먹도록하죠."

"네."


시목은 긴 시간 밥을 먹었다. 함께 밥을 먹는 세원도 함께 식사시간이 늘어났다.


설겆이는 세원이 하기도 하고 시목이 하기도 했다. 둘의 집안일은 그냥 생각나는 사람이 먼저 하는 순서였다.


거실에 있던 사건자료가 시목의 책상으로 모두 들어갔고 거실은 두 사람이 쉬는 공간이 되었다. 시목은 거실이 본래의 역할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


포근한 베개에서 눈을 뜨는 것이, 알람이 아니라 아침햇살에 스스로 눈이 떠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너무나 오랜시간 잊고 있었다.


서먹하던 세원을 침대로 이끈 것은 시목이었다.


술에 취한 그때처럼 시목은 그냥 소매를 잡아 이끌었고 세원은 그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냥 먼지를 털어내듯이 털기만 하면 바로 떨어질 손을 털어내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누군가가 옆에 누워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하다고 생각하며 먼저 잠든 시목의 잔잔한 숨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방에 드리운 어둠이 익숙해지고 누군가가 옆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뒤척였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뜨니 아침이였다. 세원은 자신도 어이없다는 듯이 허탈하게 웃었다.


불편했던 걸까? 아니면, 그리웠던 걸까?


더 누워있다면 다시 잠들것 같아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온 세원은 아직 잠들어 있는 시목의 어깨 위로 이불을 끌어 올려주었다.


세수를 하며 남은 잠을 털어내고 색깔을 분리해서 세탁기를 돌리고 오늘 어떤 요리를 할지 생각하다 재료를 사려고 잠시 밖에 다녀왔다.


아파트를 나서자 구름이 없고 하늘이 높아 날씨가 좋았다. 몸에 두른 옷이 햇빛에 보송보송한 냄새가 났다.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짧은 산책을 마치고 현관 문을 열자 시목이 거실에 서 있었다.

세원은 시선이 마주친 시목이 또 쓰러지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현관에 짐을 내려 놓고 시목에게 다가갔다.

 

"시목씨?"


시목은 자신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훑어보는 세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느리게 눈을 깜박였다.


"깼어요?"


세원이 당황한 시목의 표정을 살폈다.

세원은 시목의 어깨로 손을 뻗으려고 하다가 멈추었다. 허공을 쥔 손이 민망함에 시목을 등지고 재료를 가지고 부엌으로 가려던 세원의 발을 붙잡은 것은 시목이였다.


세원은 항상 먼저 손을 뻗으려다가 닿을 것 같은면 멈추었다.

그럴 때 시목은 기다려 보았지만 결국 세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었다.


"어디... 다녀왔어요."


시목은 그런 세원을 붙잡기 위해 팔을 뻗어 세원의 몸을 끌어 안았다.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세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조심하는 그의 행동들은 항상 시목이 먼저 세원에게 손을 뻗게 만들었다.


그제서야 세원의 손이 시목의 손을 잡았다.


"잘 잤어요?"


시목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냉장고에 달걀이 없어서, 잠깐 나갔다가 왔어요. 다음에는 쪽지라도 남기고 갈게요."


세원이 그제서야 시목의 팔을 벌리고 몸을 돌려 시목을 마주보고 끌어 안았다.두 팔로 시목의 몸을 품으로 끌어 안으며 등을 쓸어내렸다.

시목은 세원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두 손으로 세원의 옷을 쥐었다.


"햇빛 냄새..."

"아, 오늘 날씨가 좋아요. 점심에 가까운 곳으로 놀러갈까요?"


세원이 어깨에 기댄 시목의 머리가 작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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