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가공물.
브로맨스가 포함된 글입니다.
사진의 출처는 신세계 홈페이지 입니다.
문제 될 시에는 삭제 하겠습니다.
영화 스포일러가 진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은 피해주세요.
비행기 안에서 정청은 자신의 손에 있는 서류를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이게 덫이 아닐 확률은?]
[미국 FBI 데이터베이스도 이틀이면 털어버리는 해커들입니다. 믿지 못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알았다. 강과장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그것도 가져와.]
[네.]
[연변거지들은?]
[먼저 도착했을 겁니다.]
[행동 시작하라고 연락해.]
[네.]
대답하고 물러나지 않는 장변호사를 정청이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 토 달지 말고 빨리 거지들한테 움직이라고 연락해.]
[알겠습니다.]
장변호사가 멀어지자 정청은 테이블에 서류를 던지듯 내려놓고 등받이에 몸을 파묻었다.
분명 자신이 앉아 있는 건 두 다리를 쭉 뻗을 정도로 넓은 퍼스트 클래스의 좌석이것만 정청은 물속에 들어간 것처럼 가슴을 누르는 답답함을 느끼며 목까지 잠근 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하- 씨발.”
하지만, 답답함이 가시지 않았다.
-
“큰 형님이 입국하셨다고 합니다.”
“뭐?”
석무의 말에 서류를 훑어보던 자성은 자신이 잘 못 들은 건 아닌지 다시 되물었지만 무표정한 석무가 전해들은 말을 다시 되내어 주었다.
“오늘 큰 형님이 아침 첫 비행기로 입국 하셨다고 합니다.”
“몇시 도착하셨다고 하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형님 사무실로 가자.”
“네. 채비하겠습니다.”
자성이 책상에서 일어서기 전에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 하자 시간은 오후 6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자성은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손에 익숙한 정청의 번호를 눌렀다.
-
지이이잉-
심란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 탄 정청은 익숙하게 울리는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액정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씨발, 타이밍 존나 굳이다잉.”
전화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휴대전화 액정에는 ‘이자성’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떠 있었다.
숨을 고른 정청이 휴대전화의 통화버튼을 누르고, 평소보다 더 목소리를 높이며 전화를 받았다.
“씨바, 브라더! 무신 일이냐. 새끼야.”
[내가 할 말이오. 오늘 한국 들어 왔다면서요.]
“으마, 이 씨발새끼, 느 신 내렸는갑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디야.”
[무슨 일이길래, 연락도 안하고 들어옵니까? 지금 모시러 갈테니 기다려요.]
“씨발, 써프라이즈도 모르나 써프라이즈.”
[무슨 서프라이즈.]
“됐고, 나 지금 인천 창고로 가는 길이여야. 브라더, 느도 일 싸게 끝내고 썩무새끼 대리고 그짝으로 와라. 알긋냐.”
정청은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는 앳된 자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에 시선을 고정 시킨 채 대답을 이어 갔다.
[알았소.]
자성의 짧은 대답을 들은 정청은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쥔 손의 검지를 튕기며 다른 손에 쥐여진 자성의 사진을 손톱으로 툭툭 때렸다.
“느 지금 뭔 생각 하냐.”
자성의 푸른 경찰제복을 입은 사진이 침묵을 지키며 정청의 손가락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렸다.
-
자성은 정청의 과장되게 느껴지는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끼며 통화를 종료했다.
“인천창고로 차 돌려라.”
“네.”
정청과 자신의 통화에 귀 기울이던 석무를 향해 목적지를 말하자 석무가 대답했고 운전대를 잡은 재헌이 부드럽게 차를 돌렸다.
짙은 선탠 너머의 흐린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 내렸다.
툭. 투두둑.
“잠깐, 차 좀 멈춰라.”
“네.”
아무래도 이상함을 느낀 자성은 차를 세웠다. 자성이 차 문을 열자 석무가 다급하게 우산을 들고 내리려고 했다. 자성이 석무를 제지하고 차에 기대어 까맣게 암전이 된 휴대전화 액정을 엄지로 쓸었다.
몸을 잠식하는 불안감을 꾸역꾸역 가슴 한 켠으로 몰아넣으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올려 보았다. 인천 앞바다처럼 탁한 회색빛의 하늘이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아니겠지.”
자성은 강과장에게 연락할까 하다가, 다급하게 나오느라 유심칩을 챙기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내었다. 물방울이 맺힌 휴대전화 액정을 엄지로 쓸어내고 무겁게 젖어가는 어깨를 가볍게 털어낸 후에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자.”
“네.”
자성은 자신의 흰 셔츠 위로 묶여있는 넥타이가 자꾸만 목을 조르는 것 같아 매듭을 손으로 잡고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원인모를 불안감을 사라지지 않았다.
자성의 마음을 모르는지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 새까만 파도가 넘실거리는 인천 창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