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가공물.
브로맨스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진의 출처는 포털사이트 Daum 입니다.
문제될 시 삭제 하겠습니다.
강과장은 자신에게 확실한 답을 보여준 정청의 행동에 자신의 리스트에서 정청의 이름을 빨간줄로 죽- 그었다.
지난 밤, 신우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석무와 자성에게서 정해진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권력과 재물, 그 무엇으로도 조종할 수 없는 사내였다.
의리니 가족이니. 그런 돈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타입은 그 어떤 사탕발림도 통하지 않기에 제일 골머리 썩히는 타입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카드는 한정 되었다.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민 정청을 제거하고, 다른 계획을 실행해야 할 때였다. 이럴 때를 대비하여, 정청을 제거하기에 딱 알맞은 카드가 자신의 손에 쥐여져 있었다.
철컥.
색바랜 주황색 죄수복을 걸친 이중구가 취조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거, 인권침해 모릅니까?”
“나도 야근이다. 짧게 하고 끝낼 테니까 앉아.”
취조실로 들어온 이중구를 바라보며 강과장은 준비해 온 서류와 사진을 넘겼다.
“뭡니까. 이게?”
“너도 눈깔 있을 거 아니냐.”
수갑이 채워진 손을 올려 서류철을 뒤적였다. 서류가 뒤로 넘어갈수록 이중구의 무표정한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너 이번에는 쉽게 못 빠져 나간다.”
서류철에 있는 자료들은 이중구가 운영하고 있는 낮은 급의 사람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자료가 아니었다. 최소한 간부가 되어야 열람이 가능한 자료들이었기에 이중구는 머리를 스치는 이름 하나에 이를 악물었다.
“짱개새끼가 줬습니까?”
“글세다.”
형철은 자신이 생각한 대로 서류를 훑은 이중구의 눈에는 분노가 일어나 정청의 사진을 태워버릴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정청이 들어오기 전 석동출의 수족이 되어 유일한 후계자였을 이중구의 눈에 나중에 들어와 자신의 자리를 꿰찬 정청은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은 사람이었을 터였다.
강과장은 미끼를 덥썩 문 이중구를 뒤로 하고 취조실을 나섰다.
쾅!!!!
닫힌 문 뒤로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강과장의 얼굴에는 미소 대신 다음 수를 읽으려 하는 먼 시선이 보였다.
-
“이거 쥐약 이란 거 알고 있는데 그냥 못 지나치겠다. 짱개새끼들 혼낼 애들 좀 모아라.“
중구는 자신을 면회 온 부하에게 정청과 강과장이 함께 찍힌 사진을 들이밀며 비열하게 웃었다.
-
드드득. 드득.
정청은 묵직한 동전을 손에 쥐고 손안에서 굴리며 높은 빌딩 숲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방이 빌딩으로 둘러싸여 숨이 막힐 정도로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풍경이 뭐가 좋다고 이 자리에 오르지 못해 다들 아등바등 대는 몸부림을 치는 걸까.
[이자성은 살려두실 겁니까?]
정청의 등 뒤로 서류를 정리하던 양변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득. 자륵.
정청은 손동작을 멈추고 손에 쥐고 있던 동전을 책상에 내려놓고 인상을 쓰며 양변호사를 바라보았다. 그가 얼마나 유능한 변호사 이고 자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이 움직였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판단에 대해서 불만이라는 건가?]
정청은 이자성의 처분에 대해서 거론된다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표정에 여실히 들어내며 변호사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아닙니다. 하지만, 감히 제가 조언하건데, 그를 살려두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 합니다. 알고 계시잖습니까.]
듣기 싫었다.
직언을 하는 신하의 목을 쳐내는 황제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정청은 양변호사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것을 참으며 소파에 벗어두었던 자켓을 손에 들고 방을 나섰다.
정청은 머리를 휘젓는 수만가지의 생각에 사방이 막혀있는 이곳에 더 이상 있다가는 자신의 머리가 터져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바람이라도 쐬어야 할 것 같았다.
-
자성은 강과장의 호출에 이제는 비어 있는 신우의 기원으로 향했다.
“석무가 경찰이라는 거 왜 말씀해주시지 않았습니까.”
“말 해주면 둘이 허심탄회 마주보고 앉아 술이라도 마실 건 아니잖냐.”
“설마, 절 감시하려고 붙여둔 거였습니까? 왜요, 내가 깡패새끼들하고 있으니까 진짜 깡패로 보입니까?!”
“과거에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다. 널 보호하려고 한 거야.”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밖을 바라보던 강과장이 창문에서 시선을 때고 자신에게 신경질을 내는 자성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와 관련된 경찰청 내부 서버가 해킹 당했다. 중국쪽 짓인것 같은데, 그건 너도 알고 있는 것 같고.”
“그럼, 이제 프로젝트는 끝난 거 아닙니까?”
자성의 까만 눈동자가 순간 기대의 빛을 머금었다. 형철은 자신과 마주한 자성은의 순진한 기대에 무심하게 시선을 옮겼다.
“네 자료도 털렸다. 다른 자료는 다 놔두고 급하게 네 자료는 모두 포맷 시켰다. 네가 경찰이었다는 건 나와 구과장 너. 이렇게 세명 뿐이다.”
형철의 말에 자성의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정청이 왜 너는 살려 뒀는지 모르겠지만, 잘 됐다. 한 수 벌었어."
자성은 자신을 철저하게 장기말 취급하는 형철의 말에 그나마 남아 있던 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무심하기만 한 형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계획은 계속 진행한다.”
“하?! 이젠 나보고 아예 깡패새끼가 되라고 등 떠미는 겁니까?!”
“그럼 어떻게 할래, 그 자리 나쁘지는 않잖냐.경찰 월급이랑은 비교도 안되지, 근데 그 깡패새끼들이 네가 경찰이었다는 걸 알게되면어떻게 나올것 같냐. 골드문에 네가 경찰이었다고 떠벌려 줬으면 좋겠냐.”
“...당신. 지금 정청을 내가 치라는 거야?”
“못 할거 있냐. 깡패새끼 정리하는 거잖냐.”
형철의 무심한 말에 자성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못해. 난 못해. 정말 손때겠어. 내가 짜바리라고 알리던가, 맘대로 해.”
“임마, 나도 그렇게 독한 사람 아니야. 네가 직접 치라는 건 아니다. 그냥 뒤에서 도와 주라는 거지.”
“이중구는 지금 감옥에 있는데, 누굴!!!”
신경 쓰지 못한 문 쪽에서 구둣소리와 함께 웃는 모습이 선한 장수기가 모습을 들어 내었다.
“이거, 날 도와줄 사람이 이이사였다니. 정말 놀랍군. 허허.”
장수기의 모습을 본 자성이 형철의 멱살을 움켜잡고 흔들었다. 자성이 조금이라도 형철의 표정을 읽어보려 했지만 형철의 얼굴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씨발!! 나보고 어쩌라고!!”
“깡패새끼들 사이에 있더니 깡패새끼가 다됐구나. 지금쯤이면 이중구가 움직였을 거다.”
"씨발!!!"
자성이 손을 풀고 기원을 뛰쳐나가려고 했다. 형철이 손을 뻗어 자성의 팔을 붙잡았다.
"놔요!"
"지금 가봤자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다."
자성이 형철의 손을 쳐내고는 장수기를 지나쳐 뜀박질하며 기원에서 뛰쳐나갔다.
"일이 강과장이 원하는 대로 안되는 것 같군."
"일은 계획대로 진행할 겁니다."
"기대하겠네. 그럼, 일이 바빠서, 먼저 가보겠네."
'늙은 여우 같으니라고.'
반질반질하게 웃음을 띈 장수기의 얼굴을 무심하게 바라본 형철은 자신의 주머니를 뒤쳐 담배를 찾았다.
종이 호랑이를 선택하게 된 것은 정청이 자신에게 보여주었던 답변에 어쩔 수 없는 차선책 이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신우의 죽음 이후 담배를 제 주머니에서 비워 버린 것을 깨닫고는 빈 주먹을 말아쥐었다.
형철이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고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는 자성의 차를 가만히 바라 보았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