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가붕가, 슉슉- 하는 가벼운 효과음까지 더해 주접을 떠는 정청의 모습을 보며 자성은 변한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정청의 모습에 한숨을 뱉었다.
“지금 가지 그래요. 형님. 시간이 남아 도는 것 같은데.”
“씨발 브라더는 말이 참말로 이뻐브러야.”
정청은 비꼬는 자성의 말에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나 차갑고 날카로운 말 속에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형님.”
“응? 씨발, 브라더가 진지하게 부르니께, 나 방금 좆이 오그라들었어야.”
“회장 자리.., 탐나지 않소?”
“분위기 잡길래 씨빠, 겁내 이상한 거라도 물어 볼 줄 알았던만, 고작 물어본다는 게 고거냐. 나는 회장이 되고 싶어서 서울 올라온 것도 아니여야. 명패만 더 좋은 거 달면 뭣하것냐. 내 새끼들도 제대로 못 지키는디. 나는 이렇게 브라더랑. 우리 아그들 끌고 댕기는 게 더 좋다. 그란디, 무신 일로 니가 내 걱정을 다 하냐?”
“걱정도 못하오? 됐소.”
청은 자꾸 자신의 컨트롤을 벗어나는 얼굴 근육들을 느끼며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자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정청의 바보 같은 얼굴을 보며 자신도 가볍게 웃던 자성은 문득, 자신의 부인인 자경에게 연락이 오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기며 정청에게 주경의 안부를 물었다.
“형님, 주경이 한테 연락 했소?”
“제수씨야... 씨발. 나가 거까지는 생각을 못혔다.”
“주경이가 나 입원한 거 모릅니까?”
“그게 아니여야.”
정청이 갑작스러운 질문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이상함을 느낀 자성이 눈에 힘을 주어 정청을 바라보았다.
“형님. 전화 좀 빌립시다.”
“응? 전화? 뭣할라고 그러냐잉.”
“아, 빌려 줄 겁니까 말겁니까? 됐어요. 재헌아. 전화 좀...”
정청이 손을 들어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오는 재헌의 행동을 저지 하고 자신의 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어 자성을 바라보았다.
“씨빠, 브라더, 이 형님이 니 앞에 있는디 누가 그렇게 똥줄타게 보고 싶은 거냐?”
“빌려 줄거면 빌려주던가, 안주려면 말던가. 확실히 해요.”
“내가 대신 해줄랑 게 빨리 말해봐라.”
“주경이가 걱정할 거 아니오.”
“음마, 씨발 제수씨 말이냐. 내가 대신 해주마 씨불놈아.”
“아 형님이 주경이 남편이오?!”
“씨발 남편 형님이다. 새끼야.”
하지만, 정청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누르지 못했다.
“번호는 아오? 내놔요. 내가 하려니까.”
자성의 하얀 손이 팔랑이며 전화를 주라고 재촉했지만 청은 고개를 들어 자성의 까만 눈동자와 눈을 맞췄다.
“브라더.”
“뭐요. 갑자기.”
“느, 귓구녕 뚫고, 내 말 잘 들어라. 씨발 재탕은 없은께.”
휴대전화 액정을 엄지로 쓱쓱 쓸어 내던 정청이 휴대전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씨바, 그 씨발년. 지금 한국에 없어야.”
“남의 부인한테 씨발년이 뭐요? 아무리 형님이라지만 너무 하지 않소.”
자성은 정청의 욕지거리에 눈썹을 징그렸다. 보통은 제수씨라고만 할 분이지, 욕을 할 때는 없었다.
“허. 느 그년이랑 살 좀 부볐다고 그년 편 드냐. 씨발.”
“아, 됐어요.”
“씨발놈아 형님 말은 끝까지 들어 새끼야.”
“뭐요.”
“느 그씨발년이 무슨 일 하던 년인지 알고 있었냐.”
자성은 얼굴을 찌푸린 채 정청의 눈동자와 시선을 맞추었다. 자신의 부인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청도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
“주경이야, 술집에서...”
“씨빠, 그 씨발년 느를 완전 가지고 놀았는 갑다. 씨발.”
“아, 거 좀!!!”
자성이 청의 말을 듣다가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자 정청이 머뭇거린 말을 꺼내었다.
“씨발 강과장 새끼가 널 홍어 좆으로 본 모양인가 부더라. 그 씨발년이 느 마킹하라고 붙여놓은 호로잡년이여. 느가 그렇게 기다리던 느 핏줄 배에 품고 있던 년이 널 강과장한테 팔아먹던 씨발년이라고. 느 알고 있었냐?”
자성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뒷통수를 얻어맞은 사람처럼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혀,형님. 농담이 심하잖소.”
“허긴, 느가 알고 있었으면, 그 씨발년하고 가정을 꾸렸겄냐.”
자성은 잊고 있던 성임과 석무의 목을 쳐내던 비오던 날의 인천 부둣가 창고에서의 일이 머릿속에 펼쳐졌고 자기 앞에 앉아 자신과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던 정청의 가차 없는 본래의 모습을 깨닫는 데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경이, 주경이 어디로 보냈소.”
자성이 떨리는 손을 뻗어 정청의 팔을 움켜잡으며 다급하게 물었지만 정청의 표정은 변하는 게 없었다.
“걱정 말아야. 인천 앞바다는 아니여야. 지 아부지 때문에 강과장 개새끼헌티 이용당한 불쌍한 씨발년이라 진짜 외국으로 보냈으니께.”
“왜!!!”
자신의 허락도 없이 주경이에게 손을 댔냐고 소리지르려던 자성은 턱-하고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끼며 정청의 팔을 움켜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브라더. 느 와그러냐.”
자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린 것을 본 청이 상태가 급격하게 안 좋아지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하게 자성의 옆에 놓여 있던 호흡기의 산소통을 열어 호흡기를 자성의 얼굴에 씌우려고 했다.
“재헌아 의사 불러라잉!!! 퍼뜩!”
숨이 넘어 갈 듯 헐떡이며 젖은 눈으로 정청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정청의 손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뭉툭한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청의 팔을 움켜 쥔 자성의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씨바!! 원망하려든, 이승에 살아서 씨부릴 생각혀라. 다 들어줄텐께. 씨발놈아!”
숨이 넘어갈 듯 새하얗게 질린 자성이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청의 품으로 늘어지자 청이 다급하게 자성의 얼굴에 호흡기를 씌웠다. 한 층 공허해진 새까만 눈동자가 빈 허공을 비추었다.
“정신 줄 단디 잡아라. 씨발새끼야!”
호출에 달려온 의사가 정청을 밀어내자 정청이 침대에서 멀리 떨어졌다. 한 참 후 처치가 끝나자 의사가 청에게 다가가 사무적으로 입을 열었다.
“봉합한 곳 몇 군대가 벌어진 것 같습니다. 환자 상태가 불안정해서 진정제를 우선 놓았습니다만, 한 동안은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명심하시고, 다음부터는 충격 받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사가 병실을 나서자 정청은 고개를 돌려 자성이 누워 있는 침대에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씨발,”
정청은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자성을 향한 말인지 모를 욕을 툭- 버릇처럼 뱉어내었다.
고맙다는 소리를 듣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까맣게 비어버린 두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시체처럼 뻣뻣하게 굳어가는 몸의 감촉이 떠오르자 청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