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chou♥

[청자성] 꿈에 본문

新世界/슬픈짐승(중단)

[청자성] 꿈에

곰냐미 2017. 2. 15. 22:08

[정청자성] 꿈에

2014.09.28

 

 

뚜벅뚜벅.

 

무거운 구두소리는 남자의 권위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기척이 되어주기도 한다.

 

서류를 보던 자성은 작게 한 숨을 뱉어내며 고개를 살짝 들었다. 접혀지는 부분에 주름이 간 정청의 둥근 구두코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어이, 브라더,안녕허냐."

"거, 지겹지도 않소. 할 일도 없나보네."

 

명패를 밀고 엉덩이를 기어코 책상에 올려 놓고 머리 위로 말을 쏟아내었다.

 

"싸늘헌 시끼. 이렇게 날이 좋은 날에는 콧구녕에 바람이라도 쐬러가야제. 여가 처박혀갖고 궁딩이 썩어불것다."

"바빠서 썩을 시간도 없소."

 

자성의 손 안에 있는 서류가 소리 없이 넘어갔다.

 

"씨발. 좆나 병신같다잉."

"병신 같을건 뭐요?"

"씨발. 사내새끼가 좆 달고 태어났으믄 봄 벚꽃이 만개한 것은 봐야 허지 않긋냐."

"맨날 그 소리. 지겹지도 않소?"

 

-

 

정청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자성을 바라보다 창문으로 시선을 올렸다.

 

"씨발. 사내새끼가 좆 달고 태어났으믄 봄 벚꽃이 만개한 것은 봐야 허지 않긋냐."

 

창문 너머의 세상에는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 오고 있었다.

열린 창문 틈으로 간간히 아이들의 떠느는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느린 바람이 정청을 스쳤다.

 

-

 

몸을 추스르고 회장실을 찾은 정청은 의자에서 일어나 눈이 튀어나올 듯이 뜬 자성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인자는 회장님이라고 불러야것네잉."

"혀...형님..."

"뭘 그라고 놀라요? 사람 첨 보요?"

"형님...잘못했ㅅ..."

 

걸음마를 처음 배운 아이처럼 비틀거리며 정청에게 다가선 자성을 정청이 습관처럼 팔을 뻗어 붙잡았고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두 무릎을 딱딱한 사무실 바닥에 꿇으며 흘러내렸다. 정청의 손이 스치는 자성의 손을 붙잡지 못했다.

 

쿵.

 

자성이 바닥에 쓰러졌다.

정청이 놀라 자성의 몸을 품에 끌어 안고 몸을 흔들었지만 자성은 깨어나지 않았다.

그 때로부터 지금까지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했지만 이상한 점도, 원인도 찾지 못했다.

간병인을 부쳐 자신의 집에 놓아둔 것이 몇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애타는 자신을 생각하지 못하는 좆같은 브라더는 무슨 꿈을 꾸는지 얇은 눈꺼풀 너머의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

 

또 시간이 되었다.

 

"아가."

 

오늘따라 간절한 목소리에 서류에 있는 글들이 읽히지 않았다.

 

"아, 뭐요."

 

고개를 들어 정청의 얼굴을 보니 짙은 그림자에 덮여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이 그렇게 어두운게 아니었는데도.

 

"뭐가 보이긴 허냐?"

 

손을 겹치는 따뜻함에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이 느껴졌다.

 

"새삼스럽게 뭐요."

 

손을 치우지 않고 약간은 뜨거운 체온을 느꼈다.

 

"인자 그만 일어나라."

"내 엉덩이 걱정은 그만 해요. 좀."

 

자성의 말에 정청이 피식 웃었다.

 

"인자, 느 목소리가 생각이 안나야."

 

정청의 말에 자성이 '또 무슨 쉰소리냐고' 고나리를 하려 했지만 갑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린 듯 목에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목을 잡고 소리를 질러보려 했지만 목이 떨리지 않았다. 겹쳐 있던 정청의 손이 떨어지자 서류가 바람에 흩어졌다. 책상을 어지럽힌 서류는 글씨 하나 쓰여있지 않은 새하얀 백지였다.

영문을 몰라 주변을 둘러보는데 눈에 익숙한 자신의 사무실이었다.

 

"자성아."

 

얼굴이 어둠에 먹힌 정청의 손이 얼굴로 뻗어오자 자성은 이유모를 공포를 느끼며 손을 피해 최대한 몸을 뒤로 빼었다.

좁은 공간에서 도망치지 못한 자성의 얼굴에 정청의 손이 닿았다.

 

정청의 손바닥은 데일 듯이 뜨거웠다.

 

"그만 처자고 일어나야. 거가 그라고 좋냐."

 

정청의 엄지가 움직여 뺨을 쓸었다.

다정한 손을 두 손으로 잡아 힘을 주어 떨쳐내었다.

 

"오지마요. 다신 오지마. 제발."

 

자성은 두 손으로 두 귀를 막았다. 하지만 정청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또 올텐께. 그때는, 요 좆같은 형님 좀 불러줘라잉."

 

==

 

꿈 속에서 사는 이자성과 현실의 정청이 보고 싶어서 썻는데 정신이 없네요.

내 업무 USB는 또 어딜 간건가....;ㅅ; 하아...

아침 저녁으로 많이 춥습니다!

다음에 만날때까지 감기 조심하세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