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니들은 대가리가 없냐!!! 이 개새끼들아! 똥인지 떡인지 구분도 못하는 새끼들!”
지옥도의 한 장면과 같이 얽혀 있는 소리가 얽혀 귀를 막아 버렸는지 정청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귀에 닿지도 못하고 수많은 소음에 묻혀버렸다. 정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조직원들에게 밀려 승강기 앞에 도착했다.
스릉.
짧은 도착음이 귀에 날카롭게 꽂혔고, 칼날을 쇳돌에 가는 것 같은 서늘한 소리가 들리며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형님!”
다급한 외침과 뒷통수가 서늘한 느낌에 청이 다급하게 몸을 돌려 뒤를 살피자 구석에 몰린 쥐를 보는 고양이의 미소를 얼굴에 띈 재범파 조직원들이 청을 향해 손을 뻗었다.
“씨발!!!!”
열네개의 손이 열린 승강기 문 사이로 뻗어 나와 연체동물의 빨판처럼 기분 더럽게 몸에 달라붙어 승강기 안으로 끌어당겼다. 정청은 손에 잡히는 데로 붙잡고 버텼다. 하지만 한 사람이 일곱명의 장정을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지 못했다. 그 억센 손들에 의해 정청은 도살장에 끌려 들어가는 동물처럼 두 발을 바닥에 끌며 승강기의 좁은 공간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중구가 시키드냐? 그 새끼까 간만에 큰집 들어가드마. 씨발, 꽁짜로 먹여주고 입혀주고 한께 너무 좋아서 처돌아붓는 갑네.”
“이 새끼가 돌았나!”
정청이 끌려들어가고 승강기의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에 나무줄기처럼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뻗어 나와 문을 비틀어 열었다. 그리고 그 손은 문을 가로 막고 있던 재범파 조직원의 목을 비틀었다. 그러자 정청을 향해 있던 새파란 칼날의 끝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자성을 향했다. 자성이 자신의 손에 늘어지는 재범파 조직원을 그들에게 던지며 승강기 안으로 들어왔다.
뚜벅.
가볍지 않은 구두소리가 수많은 소음을 뚫고 정청의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물리적으로 들릴 수 없는 소리였다.
하지만, 자성의 소리라면 이상하리만큼 잘 들려왔다.
자성을 처음 본 8년 전에도 그랬고,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언제나 그랬다.
“허! 저 미친 놈.”
정청은 자성의 등장에 죽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도 반가움을 느끼며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입술이 움직여 웃음을 흘렸다.
쿵-.
자성의 등 뒤로 승강기의 문이 닫혔다.
“씨발. 따라올 곳이 그렇게 읍어서 여를 따라왔냐. 이 씨발놈아!”
“때리던 말던, 마음대로 해요. 우선, 나가서 이야기합시다. 형님.”
등을 받쳐주는 든든한 체온에 정청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느 이 새끼들한테 뒤지면 내 손에 디진다잉. 알었냐?”
“형님이나 조심해요.”
“씨발. 내가 여수 바닥에서 월메나 날렸는지 느 기억 안 나냐?”
“도대체 그게 몇 년 전 이오?”
“킬킬. 나 아직 팔팔하다. 느 놀라지 말어라잉.”
“말은.”
정청과 자성의 대화가 멈추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날카롭게 갈린 칼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재범파 조직원들이 청과 자성에게 달려들어 엉키기 시작했다.
“썅!!!”
“죽여!”
짧은 욕설과 함께 좁은 승강기 안에 서 있던 재범파 조직원들이 정청에게 달려들었다.
정청의 머리에는 서늘했던 자성의 체온을 느끼며 등을 겹치고 칼을 휘두르는 그들을 해치운 것이 기억의 마지막이었다.
분명, 그 지옥 한 가운데 자성이 함께 있었다.
너는 거기 있었다.
산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애매한 체온을 내 몸에 새겨 놓으며.
-
눈을 뜨자 새하얀 천장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무엇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도깨비처럼 흰자위가 붉게 물든 눈을 부라리며 타일 바닥을 맨발로 밟고 일어섰다. 위태롭게 두 발로 선 정청의 몸이 흔들리며 목에 가래가 잔뜩 끼어 숨을 쉴 때 마다 짐승마냥 소리가 거칠었다.
“카악!!! 퉤!”
시원하게 숨을 쉬기 위해 하얀 바닥에 가래를 뱉어내고 걸음을 계속 옮겼다.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은 통증과 함께 곧이라도 무릎이 꺽일 것처럼 힘이 빠져나가는 근육에 힘을 주어 걸음을 옮겼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링겔줄과 환자 모니터 선이 끊어지고 뜯어졌다.
철컥!
거칠게 문을 열자 앞을 지키고 있던 조직원들이 놀라며 그대로 굳은 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청을 바라보았다. 정청은 갑작스럽게 열린 문 앞을 가로 막은 조직원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그의 멱살을 잡아 바닥으로 밀쳤다.
쿵!
육중한 몸을 벽으로 밀어 붙이자 큰 소리가 났다.
“윽!!!”
“이..자성이... 씨발! 이자성이!!! 어딧냐. 잉? 크악. 퉷!”
“어...컥! 뭐...컥!...????”
정청의 손에 멱살을 잡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조직원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건장한 체격의 조직원이 청의 손아귀에 붙들린 채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렸다.
“씨발! 귀 처먹었냐. 이 새끼야!!”
정청은 목소리를 가로 막은 가래를 병원 바닥에 뱉고는 몸을 일으키려는 조직원의 가슴을 밟고 체중을 실었다.
“형님!!! 형님. 진정하십시오! 형님!!!”
“우리 부라더 어딧냐. 씨발. 이자성이 어딧냐고!!!”
“형님!! 형니임!”
자신을 제재하는 손을 느낀 청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고 몸을 돌리다가 익숙한 얼굴을 확인하고 얼굴 앞에서 주먹을 멈추었다. 얼굴로 다가오는 주먹을 본 인호가 눈도 감지 못하고 뻣뻣하게 굳었다가 자신의 얼굴 앞에 멈춘 정청의 주먹을 보고 작게 한숨을 뱉어내었다.
“형님. 깨셨으면 저희를 부르시지 그러셨습니까.”
“자성이는? 크륵.”
“형님. 우선 병실로 들어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씨발. 인호야. 느 귀 처먹었냐. 아니면, 느도 처 맞아야 말할래잉.”
“병실로 돌아가시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형님.”
청은 자꾸만 말을 돌리는 인호의 행동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빈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씨발! 인호야. 느 귀 처먹었냐. 아니면, 느도 처 맞아야 말 할래잉.”
청의 억눌린 낮은 욕설과 함께 인호의 멱살을 붙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큽!..혀...”
“인호야아-! 아가아!!! 느 아직까지 나를 모르냐.”
인호는 발이 공중에 뜬 상태로 자신의 목덜미를 물어버린 맹수와 같은 눈동자와 공기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코와 입으로 공기를 집어넣으려고 정청의 손을 긁으며 본능적으로 저항했다.
정청은 인호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흰자위를 들어내자 그제서야 손에 힘을 풀었다.
“커헉!!! 헉!”
정청은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인호의 둥근 뒷통수를 쓰다듬 듯 손을 얹어 둥근 뒷통수를 지나 뒷목으로 점점 손을 아래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 자켓 위로 들어난 하얀 와이셔츠의 카라를 거칠게 잡아채어 목줄에 맨 개처럼 끌었다.
“큭!! 커억!!!”
정청의 손에 이끌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마냥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인호의 모습을 본 조직원 누구도 감히 숨소리조차 크게 토해내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한 팔에 인호를 잡고 걸음을 옮기는 정청의 걸음은 충분히 말릴 수 있을 정도로 느렸지만, 걸음을 옮기는 그에게서 나오는 살기에 인호를 살리기 위해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 다가간다면 그 누가 됐건, 정청의 손에 잡힌 인호처럼 될 것이란 걸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브라더. 어딧냐아. 인호야아!"
정청의 억눌린 울부짖음이 다시 한 번 고요한 병원 복도를 울렸다.
인호가 정신을 잃고 시체처럼 늘어져 병원 복도를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서야 지친 정청을 겨우 진정시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