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나 브로맨스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은 창을 꺼주세요.
청은 목이라도 베어버릴 듯 살기 흉흉하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몸을 돌려 병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청의 병실로 모인 북대문파 조직원 들은 숨을 죽인 채 정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은 침대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조직원들을 훑어보았다.
“형님.”
“씨발. 못 보든 얼굴이 많아서, 우리 아가들이라고 생각 허긋냐. 카-악! 퉷!”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느 나 헌티 할 말이 겁나 많을 것 같은디, 인사는 그만 씨부리고 시작혀 봐라.”
“형님.”
“입에 뽄드라도 발랐는갑다잉. 입술 짝이 들러붙어서 때기 힘들어 보인디, 질문은 나만 할텐께. 느는 대답만 혀라잉.”
청의 암묵적인 위협과 강의적 동의.
“예.”
“브라더는?”
자성의 안부를 바로 물어 올 줄 몰랐던 재헌은 입을 쉽게 때지 못했다.
쾅!
인내가 길지 못하다는 것을 알리는 위협적인 주먹소리에 재헌이 마지 못해 입술을 때었다.
“돌아...가셨습니다.”
정청은 숨을 크게 한번 들이 쉬고 뱉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려. 좆같은 회사는?”
“형님이 누워계시는 동안, 사업이 흐지부지해졌고, 저희 위치가 위태롭게 됐습니다.”
“중구가 혔냐.”
“예. 이젠 회.장.입니다.”
이를 악문 재헌의 음성에 청은 빈 주먹을 다시 한 번 힘주어 쥐었다.
“그 호로새끼가 아주 지 세상이라고 날뛰고 있긋네. 씨발. 파리 목숨 부지 허느라 고생혔다. 그 미친새끼 더러운 일 허느라 좆빠졌겄네.”
“아닙니다. 그날 재범파의 대부분이 현장에서 체포 되었고, 저희 쪽도 출혈이 커서 한 동안은 잠잠 했습니다.”
“그 개새끼가 결국 그럴 줄 알었제. 씨발. 니들 얼굴이 왜 그라고 상혔냐. 피죽도 못 얻어 처먹은 것 같이 얼굴이 반쪽이 되붓네. 니들 오야가 병원 침실에 처자빠져 있다고 늙은 여우들이 무시하드냐.”
재헌이 정청에게 한 걸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쩌긋냐.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제. 씨발. 최대한 빨리 준비혀라. 그라고, 삼합회 일은 어떻게 됐냐?”
“거절당했습니다.”
“씨발, 짱깨새끼들이 소식은 겁나 빠르고마. 몇 달이나 됐냐?”
“세달 정도 지났습니다.”
“느므 오래 처자빠져 있어붓네. 궁둥이 비빌 생각 말고 똥줄에 불붙은 것 마냥 바쁘게 움직여야 될거다. 알긋냐?”
“예.”
“그려, 못돼 처먹은 오야 읍은께 살만 혔지야? 썩을새끼들아.”
“형님!!!”
“농담이라도 그런 말 마십시오!”
“킬킬. 씨발. 나 안 디졌어야. 귀 아파서 뒈지겠네. 재헌아. 중구새끼한테 선물할 것 하나 준비혀라, 지금은 그 개새끼 구두나 닦는 신세것지만 내가 직접 그놈의 목을 딸건께. 싸게 돌아갈 준비 허자.”
“바로 움직이실 겁니까?”
“그럼, 나가 을마나 더 침대에 처자고 있어야 쓰긋냐. 씨발. 움직여야. 니덜 다리가 썩어서 뽄질라져붓냐!”
“예! 형님!”
정청을 향해 조직원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였고, 그것이 정청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
자성이 눈을 떴다.
어둠. 그리고 어둠.
눈꺼풀을 뜬 것 같지 않은 새까만 어둠만이 자신을 감싸고 있었다.
굳어서 잘 움직이지 않은 손을 조금씩 움직였다. 손을 끌어올려 주변을 살피기 위해 휘두르자 관처럼 사방이 막혀 있었다. 문일 법한 곳에 손을 뻗어 힘주어 밀어 보았지만 꿈쩍을 하지 않았다.
강과장이 자신을 정말 죽이려고 작성을 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자신이 죽으면 강과장은 뒤처리 할 것 없이 편할 터였다.
허탈함에 실소가 흘러나왔다.
"진짜 죽겠네."
좁은 공간을 채운 차가운 공기에 몸을 떨었다.
몇 분? 몇 시간?
시간이 흘렀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몸이 눕혀져 있는 침대가 끌려 나가자 백열등의 유백색 빛이 쏟아졌다.
“야, 이자성. 진짜 죽은 거냐? 정신 차려봐라.”
익숙한 목소리와 뺨을 때리는 손길에 얼굴을 구기며 눈을 뜨자 시야에 시커먼 형체가 존재했다. 백열등을 등진 까만 그림자의 얼굴이 강과장의 수더분한 얼굴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완전 시체구만. 시체. 장례 치뤄도 되겠다. 임마.”
“수다 떨 시간 없습니다.”
재촉하는 다른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장갑 낀 손이 자성의 몸을 억지로 일으켜 앉혔다.
자성은 순간 시야가 까맣게 암전 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움켜쥔 남자의 손을 털고 어지러운 머리를 흔들며 손을 내밀었다.
“옷이나 주시죠.”
강과장은 쇼핑백을 건네었고 자성은 환자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강과장을 바라보았다.
“이게 뭡니까?”
“임마, 병원이니까, 의사선생 옷 이잖냐. 뒷문으로 나가면서 들키지 않을 제일 좋은 방법이야. 그거 구하기 힘들더라.”
“....허,참."
"가시죠.”
“그럼, 거기서 만나자.”
“같이 안가는 겁니까?”
“너도 알잖냐. 깡패새끼들한테 내 얼굴 다 팔려 있는 거. 나랑 붙어 있으면 깡패새끼들 눈에 더 잘 뛸거다. 잘 따라 가라. 길 잃지 말고.”
자성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더미를 시체보관소에 밀어 넣는 강과장의 모습에서 시선을 때고 자신의 팔을 잡고 이끄는 사내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내와 한 걸음 정도의 간격을 둔 채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스치던 간호사가 자성을 보고 뭔가 생각났는지 걸음을 옮기는 자성을 잡으려고 했다.
“저! 선생님?!”
자성은 간호사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며 몸을 숨길 곳을 찾았다.
“선생님! 잠시만요!”
간호사는 가운자락이 휘날리듯이 빠르게 모퉁이를 돌아가는 자성의 뒤를 쫓아 모퉁이를 돌았다. 하지만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머? 계단으로 가셨나?”
간호사는 당황해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비상계단을 발견하고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인기 좋네요.”
사내는 간호사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자성을 내려 보았다. 자성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손을 떨쳐내고 한 걸음 비켜서 남자의 품에서 벗어났다.
“저는 같은 편입니다. 이자성씨.”
손을 어깨까지 올리고 공격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재수없는 사내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난 그쪽 이름 모르는데? 통성명 하는 게 기본 아닌가?”
“필요하다면 그때 알려드리죠. 간호사도 간 것 같은데, 빨리 움직이죠.”
남자는 자성을 지나쳐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고, 자성은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남자를 놓치지 않기 위새 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아... 비축분 떨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