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2013)의 가공물입니다.
동성애와 브로맨스에 거부감을 갖고 계신분들은 창을 꺼주세요.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13통’이라고 적힌 봉투 하나가 정청의 무거운 원목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의자에 앉은 정청이 제법 두터운 서류봉투를 손가락으로 쭉 찢어 내용물을 살폈다.
표지로 보이는 흰 종이를 넘기고 내용을 본 순간 정청의 얼굴이 구겨졌다.
뭔가 더 있지 않을까 싶어 봉투를 거꾸로 들어 털어보았지만 원본 파일을 보관한 것으로 보이는 usb하나만 정청의 책상 위로 가볍게 떨어졌다. 청은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마사지 하며 뽀얀 살을 내밀고 있는 한 뭉치의 서류의 첫 장을 넘기며 천천히 글을 읽었다.
탁.
사무실은 어느새 어둑하게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고 정청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헛웃음을 흘렸다. 두꺼운 서류에는 마치 회사사정을 손바닥에 놓고 잘 아는 사람의 글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서류에서는 정청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고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USB를 컴퓨터로 열어 파일을 살펴본 후에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는 통계들과 표, 분석들을 살펴본 정청은 책상 위에 있는 봉투의 주소를 뚫어질 듯 바라보다가 책상위의 인터폰을 눌러 사무실 밖에 있는 인호를 불렀다.
“예, 형니... 아니 이사님.”
익숙하게 형님이라고 부르려던 인호가 굳어지는 정청의 표정에 급하게 호칭을 정정했다.
“요거 누가 책상에 갖다 놨냐?”
정청이 주소가 적혀있는 빈 껍질을 흔들었고 인호가 책상 옆으로 다가와 봉투를 자세하게 살폈다.
“우편은 비서실에서 가져다 두고 있습니다. 추적해 볼까요?”
“암것도 아녀. 가서 일 봐라잉.”
“예.”
호기심이 미친듯이 일었지만 정청은 차마 주소를 추적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만약 이 주소의 끝에 자성이 있다면, 그래서 자성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신이 무슨 말로 변명을 할 수 있을까.
팔짱을 끼고 뚫어지게 흰 표지를 보던 정청은 서류를 다시 봉투 안으로 밀어 넣고 그대로 금고 안으로 던져 넣고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힌 정청의 사무실에는 완벽한 어둠이 갈 곳을 잃고 고였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인호가 지하주차장 층을 눌렀다
. 정청은 영업이사실이 있는 층의 버튼에 시선을 주었다가 고개를 들어 층수가 바뀌는 것을 바라보았다
.
“담배 있냐?”
인호는 무척 쓸쓸해 보이는 정청의 표정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쓰읍, 후-.”
담배연기가 긴 한숨의 꼬리처럼 흘러나와 허공에 사라졌다.
자동차 창문 밖의 도시의 불빛은 화려했고, 낮과 다른 인공적인 빛을 내뿜고 있었다.
-
“조심해. 너를 노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까.”
구둣방에 들어선 제임스에게 날아온 말에 제임스는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의자에 앉았다.
“의뢰입니까?”
“다른 놈한테 줬지.”
“제 의뢰는요.”
“자. 이번 의뢰야.”
제임스는 서류를 받고 구둣방에서 나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들어 손에 익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오늘부터 제가 좀 바쁠 것 같습니다.”
[아.]
“.......”
[.......]
“......”
[.......]
“...부탁이 있습니다.”
[어,]
떨떠름한 상대방의 대답에 제임스는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간단한 일입니다. 제가 돌아올 때까지 번호 하나로 하루에 문자 하나씩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응.]
“싫으면 다른 사람한테 말하겠습니다.”
[아니, 할게.]
제임스는 전화 넘어의 사람이 차가운 말투와 다르게 정이 많아 모질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휭-
“짱깨새끼가 일은 어떻게 됐냐?”
중구는 골프 연습을 하며 곁에 있는 상훈을 향해 말을 건네었다.
“잡긴 했습니다....”
“했는데 뭐? 말 똑바로 해. 새끼야.”
“생각보다 저희 애들 피해가 큽니다.”
골프채를 어깨에 얹고 상훈을 돌아보았다. 상훈의 눈두덩이 초록색으로 멍들어 있었다.
“쯧. 잘 포장해놔. 짱깨새끼를 조져야 하니까.”
“예. 회장님.”
어깨에 멘 골프채를 두 손으로 잡고 다시 골프 연습에 집중한 중구가 시원하게 팔을 휘둘렀다.
-
정청은 지금 자신의 대각선에 앉아 자신을 보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있는 중구를 보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짱.. 아니, 정이사한테 선물이 있어서.”
“씨빠. 이거 감격스러워서 워떤데요잉. 회장님이 갑자기 불러서 즈는 준비한 긋이 하나도 읍는디.”
“아냐, 그냥 받아. 뭐, 답은 나중에 하고. 확인하러 같이 가자고."
"그냥 주시면 될텐디, 뭣허로 무거운 궁딩이를 움직일라고 허십니까잉."
"정.이사가, 나한테 고마워서 눈물 흘리는걸 꼭 내 두눈으로 보고 싶거든."
중구는 비저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얼굴 가득 미소를 띄웠다. 청은 그런 중구의 미소를 보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중구에게 어울리는 죽음이 뭘까요. 원작을 뛰어넘을 수가 없네요.
....전 병신이 맞는것 같습니다. ㅋㅋㅋ 아이고 ㅋㅋㅋ 덧글을 닫아놓고 ㅋㅋㅋ 글을 올렸어...(쥬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