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준비가 끝나는 것 같은께. 늙은이헌티 들러보자잉. 개똥도 약에 쓸라믄 쓸모가 있단께. 자~알 쓰고 버려야제.”
“예.”
골프장으로 향한 정청은 카페에서 장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따, 씨발, 우리 선배님은 실력이 날이 갈 수록 좋아져부네요잉.”
“뭘, 이런 것 가지고 그러나. 그래, 정이사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나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뭔가?"
"우리 선배님헌티 조그마헌 부탁이 있어서 그랍니다."
정청이 목소리를 줄이자 장수기의 등이 의자에서 떨어져 정청에게로 기울었다.
정청이 사진 하나를 내밀었다.
사진에는 금발의 파란색 눈동자를 가진 백인 하나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 선배님 시간도 별로 읍은께 돌려 말하지 않것습니다. 여 있는 분이 우리 회사에 투자를 허고 싶다고 허든디, 특히 연예계쪽에 관심이 겁나 많다고 허는디, 나가 중구새끼한티 데꼬가믄 퇴짜놓을 긋이 뻔헌디. 우리 선배님이 힘 좀 써주셨으면 헙니다."
“이게 뭔가?”
“존 루케니라고 허는 외국인 인디, 우리 회사에 투자를 허고 싶다고 허드라고요, 특히 연예계쪽에 관심이 겁나 많다고 허는디, 나가 중구새끼한티 데꼬가믄 퇴짜놓을 긋이 뻔헌디. 우리 선배님이 쬠 도와주시면 안 될까 싶어서요.”
“정이사가 직접 소개시켜 주지 그러나.”
“중구 새끼랑 저랑 어떤 사이인지 아시잖습니까.”
장수기의 떨떠름한 표정에 정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 말을 중구 새끼가 씨알이라도 묵겄어요? 정 찜찜허시믄 다른 분들헌티 부탁허죠. 그란디, 대가리 맞대고 작당하는 긋은 아는 사람이 적어야 성공헌다고 헌디, 우리 선배님 맨키로 믿을 인간이 있을랑가 모르것네요. 우리 선배님을 빨랑 회장으로 모셔야 되는디.”
“내가 알아보도록 하지. 정이사의 계획과 관련된 사람인가?”
“역시 눈치가 빠르시네요잉. 그 새끼가 금융사기에서 한가닥 허는 새끼인디, 지금 한국에 들어왔다고 허드라구요.”
“이이ㅅ... 아니, 이회장 뒷통수라도 칠 계획인가?”
“중구새끼 돈을 모두 우리 회장님헌티 돌려드려야죠잉.”
“우리가 이렇게 지체하면 할수록 우리가 불리하다는 걸 모르지는 않을 거고. 뭘 기다리고 있나. 정이사. 존씨는 언제 온다고 그랬나?”
“성격도 급하시네요잉.”
정청이 장수기에게 쪽지 하나를 건네었다.
“우리 하늘같은 선배님은 여기로 가시믄, 제가 다 준비 해 뒀은께. 즐기고 오시믄 됩니다. 그라고 계획은 이짝도 대가리 수 좀 불리고 있긴 헌디 중구새끼 눈을 피혀서 할란께 쬐까 힘이 드네요잉. 우리 선배님이 이번 일만 잘 성사 시키시믄 금방 할 수 있을 건께 걱정 단디 붙들어 매셔요잉.”
“나야 우리 정 이사만 믿네.”
청은 웃고 있지만 자신에 대한 경계를 내려놓지 않는 장수기를 보며 가볍게 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우리 선배님헌티 드릴 선물을 쬠 챙겼는디 맘에 들었으믄 좋것네요. 야야.”
“예.”
정청의 손짓에 부하가 들고 온 사과박스를 건네었다.
“무슨...”
“요즘 사과가 실허다고 하드라구요. 맛 좀 보시라고 사왔네요잉.”
정청이 카페를 완전히 나가는 것을 지켜본 장수기가 사과상자를 열었다. 빨갛게 익은 사과가 가득 들어 있었다. 다른 걸 기대한 장수기의 표정이 구겨졌고 손길도 거칠어졌다. 사과를 들추자 그 아래는 오만원권 지폐가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지폐를 확인한 장수기의 표정이 그제서야 밝아지며 웃었다.
차 안에서 장수기의 모습을 보던 청은 입술을 비틀며 비웃었다.
“별쓸모도 읍는 새끼가, 돈은 존나게 밝혀요. 저 돈 저승에 쥐고 갈 긋도 아닌디, 쯧. 가자잉.”
청의 말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차가 매끄럽게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
정청은 이중구가 헐리우드 진출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쳤다. 자신의 계획대로 중구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서 자신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보였다.
"개나 소나 할리우드여."
지잉-
청은 핸드폰이 울리자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똑같은 문자였지만 몇 일 전 갑자기 바뀐 핸드폰 번호로 들어온 문자를 마지막으로 문자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제임스라는 작자는 몇 달 전에 죽지 않았던가. 제임스가 죽고 난 뒤에도 꾸준히 문자는 매일 하나 씩 정해진 문장으로 보내져 왔다. 하지만, 이제 문자도 오지 않고 바뀐 번호는 전화를 울리고 있었다. 청은 빛을 내는 액정을 바라보며 서늘함이 느껴지는 뒷덜미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끊어질 것 같은 전화음의 제촉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시오.”
[잘 지내셨습니까.]
수화기 너머의 익숙한 목소리에 정청은 식은땀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굉장히 오랜만이죠. 우리.]
“이게 꿈은 아닌 것 같은디. 그라믄 나가 저승에 왔는갑네. 안그라요?”
[정청씨 자리도 있더군요. 지옥에.]
“그라믄 아직 이승이라는 말인갑네. 시덥잖은 소리는 그만 나불거리고 용건만 말헙시다.”
[일주일 드립니다.]
“아따, 용건만 말하라고 혔드마 뭔 말을 다 빼묵고 말한다요.”
[이중구라고 했나요? 그 사람 대려오세요.]
“그 새끼헌티 맺힌긋이 많긴 허긋는디. 아따, 일주일 안에 으뜨케 회장새끼를 대꼬온다요. 생각을 혀보소.”
[일주일. 알아서 하세요. 이자성 시체를 건물 입구에서 보고 싶으면.]
“자ㅁ...”
뚝.
정청이 제임스를 붙잡기 전에 제임스의 전화가 끊겼다.
“씨발! 이런 뭣 같은 개 호로자식!!!”
정청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발을 구르며 핸드폰을 꽉 쥐었다.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것들을 움직여 확률에 목숨을 걸지, 자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일을 진행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자신이 머리를 굴리는 동안에도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