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은 중구가 준비한 선물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을 안내하는 재범파 수하의 뒤를 따라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말이 좋아서 안내자지 분명 자신의 표정을 보기 위해서 붙였을 새끼의 뒷통수를 바라보던 정청은 엘리베이터, 재범파,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이 좁은 곳에 뒤범벅이 되어 있는 익숙한 상황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씨발. 뱃가죽이 겁나 쑤시네잉.”
정청의 말에 북대문파의 신경이 더 날카롭게 움직였고 목 밑을 옥죄는 공기에 누구 하나 잘 못 움직이면 개판이 될 것 같았다. 숨을 죽이며 층수가 바뀌는 알림판에 시선을 고정하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띵!
문이 열리자 빠르게 뛰어나간 재범파 수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숙으로 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저 시끼, 똥줄에 불붙은 것같이 텨가네잉. 누가보믄 내가 칼 갖고 등 후빈 줄 알것다. 낄낄.”
청의 우스개소리에 비웃음을 흘리며 재범파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는 북대문파들은 눈을 날카롭게 세운 채 어둠을 주시했다.
까만 차 트렁크 앞에 선 수하가 정청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청이 느긋하게 걸어가 트렁크 앞에 서자 준비하고 있던 수하가 트렁크를 열었다. 정청의 시야로 사람 한 명 정도의 크기로 보이는 시체봉투가 보였다.
“이게 뭐다냐?”
고개를 삐뚜룸 기울인 채 트렁크를 연 수하의 얼굴을 바라보자 똥매려운 개처럼 낑낑대던 그가 허리를 굽혀 트렁크 안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비닐봉투의 지퍼를 내려 비닐 안의 내용물을 볼 수 있도록 지퍼를 벌렸다.
피냄새가 짙게 풍기는 사람의 형체로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정청은 피식 웃었다.
“이게, 뭐여? 하다하다, 인자는 나보고 쓰레기 처리를 하라고? 하! 하하하하! 인자 회장자리에 앉든만 고 고운 손에 머리빈년들 젖통하고 골프채만 쥐고 주무르고 싶으신갑다잉.야야. 뭣허냐. 꺼내라. 씨발. 날도 꾸려 뱃가죽이 쑤셔 디지긋는디 창고에 가야쓰긋네. 느 오야헌티 선물 자~알 받았다고 전해줘라잉. 씨발. 카악! 뒛!!!”
정청은 재수가 드럽다는 뜻을 담아 묵직한 가래를 재범파 수하의 잘 닦인 구두 위에 뱉었다. 표정을 찡그렸지만 그는 정청에게 덤벼들거나 어떠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놓인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씨발. 싸게 챙겨라. 쭝.구. 회.장.님이 손수 준비해 준 선물인디. 잘 포장해서 인천 앞바다에 넣어줘야제잉."
북대문파 수하들은 괜히 트렁크 옆에 서 있는 재범파의 수하를 한 번씩 짹려보고는 지퍼를 닫고 차로 걸음을 옮기는 정청의 뒤를 따라 시체봉투를 들어 자신들의 차 트렁크로 옮겼다.
수하들이 차에 타고 차를 출발시켰다.
정청은 뒷좌석에 앉아 자신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시체봉투에 있던 사람은 피떡이 되어있긴 했지만 눈에 익숙한 제임스인가 뭐시기였다.
그가 언제부터 중구에게 잡혀 있었던 걸까?
적어도 하루? 몇 시간?
핸드폰 메시지함을 뒤치던 정청은 정해진 문자가 오늘 정해진 시간에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송 되어 있었다.
핸드폰 액정을 엄지로 쓸어내리던 정청은 입을 열었다.
“뒈졌든?”
“에?”
“봉투에 든 새끼 뒈졌냐고.”
“에??? 에. 확인해보겠습니다.”
“쯧-! 씨발, 중구새끼가 부를 때부터 기분 더럽던만, 대충 묻어 불어라잉”
“창고로 안 가실 겁니까?”
“느 부자인갑다잉. 길에 기름을 꼬실르면서 뭔 창고까지 갈라고 그르냐, 대충 처리 하고 떡을 치러 가든가, 술을 빨러 가든가 혀라.”
“예.”
집에 도착한 정청은 불도 켜지 않고 소파에 무너지듯이 앉아 몸을 깊숙히 파묻었다.
정청은 문자가 띄어진 핸드폰 액정을 밝게 깨우며 통화버튼에 갔다가 다시 내려오기를 수십번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심한 듯 길게 숨을 뱉어내고 배터리가 없다는 경고 문구를 무시하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연결 될 듯이 긴 통화 연결음이 길게 끊길 때 마다 정청의 입술이 급하게 벌어졌다가 민망함과 함께 닫혔다.
소파에 늘어져 있던 정청은 통화 연결음이 끊어지며 상대방이 받는 느낌에 몸에 힘을 주고 소파에서 튕기듯이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핸드폰을 귀에서 때고 살펴보았다. 정청이 의아함에 핸드폰은 통화종료 버튼을 눌러도 액정이 밝아지지 않았다.
“씨발!”
배터리가 모두 닳아 방전된 정청은 핸드폰을 던져버리려다가 놓치지 않으려 손으로 꽉 쥐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충전기를 찾았지만 충전기만 도둑맞은 건지 평소에 놓아두던 자리에 보이지가 않았다.
-
자성은 진동하며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핸드폰을 보며 진동을 무음으로 맞추고 고민에 빠졌다. ‘문자’라고 뜨는 이름과 익숙한 번호에 전화를 받아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그 남자는 그냥 문자만 하루에 한 번 정해진 시간에 보내라는 말 뿐이었다.
호기심이 커져갔지만 전화를 무시하는게 답이라고 생각하며 보고서 작성을 마저 하려고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보고서를 끝마치고 프린터가 보고서를 뽑아낼 동안 잊혀졌던 핸드폰을 들어 부재중 통화를 확인하자 아까 그 한 통화뿐이었는지 1이라는 숫자만 떠 있을 뿐이었다.
자성은 핸드폰을 책상 위에 다시 내려놓고 흰 면장갑을 끼었다. 뽑아진 종이를 가지런히 정리해 갈색 서류 봉투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라벨지에 뽑혀진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 13통’을 보낸사람에 골드문 주소를 받는사람에 붙이고 좁은 공간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