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는 지금 자신의 자리를 다시 돌려받는 데에 많은 도움 받은 것이 많긴 했지만, 자신의 사무실로 찾아온 청의 존재가 반갑지 않았다.
“뭐냐, 짱개.”
중구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덜덜 떨고 있는 청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서류를 살펴보며 대답했다.
“내가 상해에 다녀올 동안 우리 브라더 좀 부탁 좀 허자.”
“누구? 이자성이?”
“씨발, 그려.”
자성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있는 중구는 손을 멈추고 어느새 자신의 책상 앞에 서서 자신을 내려 보고 있는 청을 올려 보았다.
“그렇게 불안해 할거면, 뭐하러 늙은 여우를 회장자리에 앉혀놨냐. 멍청한 새끼.”
“씨벌, 내가 회장이 됐어 봐라, 느가 가만히 있것냐?! 그나마 있는 아들 끌어다가 내 목을 첬겄제. 개 같은 새끼, 나는 울 아들 다치는 거 싫어야. 글고, 느 걱정해서 장수기를 회장에 앉혔고만 싸가지 밥 말아 먹고, 욕이나 허고 앉잤고. 씨부럴. 내가 미쳤제.”
“시끄러, 짱깨.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누가 누굴 걱정해?”
중구가 코웃음을 치며 정청을 비웃었고 청은 중구의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씨발, 느 허파에 바람 든 건 이해 하것는디, 나가 쫌 공사가 다망한께, 싸게 대답혀라. 개새끼야.”
당장 내일 출국에 마음이 다급한 정청이 눈썹을 구기며 중구의 넥타이를 낚아채어 올가미처럼 옥죄었고 중구도 정청의 무례한 행동에 의자에서 일어나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청의 멱살을 잡았다.
“어디에 대고 욕지랄 이야. 짱깨새끼.”
“할거여 말거여! 호로새끼야!!!”
“알았다고! 이 개새끼야!!”
“그려, 땡큐다. 느라면 맘 놓고 다녀올 수 있겄다.”
“뭐?”
“그라믄, 잘 부탁 헌다. 중구야.”
청의 손이 중구의 넥타이를 쉽게 놓고 어깨를 탈탈 털어주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고, 중구는 또 자신이 청의 페이스에 휘말려 버린 것을 깨닫고 허탈하게 웃으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빨리 꺼져. 짱깨.”
자신이 위협과 공포로 사람을 움켜쥐고 흔든다면, 정청은 그것을 포함하여 능글맞음과 유들유들한 말로 주변의 사람을 제 편으로 만들어 맘대로 주무르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사내였다. 특히, 자신이 어렵게 얻은 것을 그는 정말 쉽게, 그리고 더 많이 얻는 모습을 보고 더 싫어하게 되었던 것 같았다.
“중구야. 다녀와서 보자잉.”
"씨발!"
청이 벙글벙글 웃으며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나서자 중구는 짜증을 한껏 담아 묵직한 재떨이를 사정없이 문으로 던졌고 청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재떨이를 보고 다급하게 사무실 문을 닫았다.
쿵!!!
순간의 차이로 문이 닫히며 재떨이가 문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고 청은 개구지게 웃으며 사무실 앞을 지키는 여비서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아가씨가 중구 때문에 겁나 고생하요잉.”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큰 소리에 여비서는 겁에 질린 채 청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
그 동안 밀린 서류를 살펴보던 자성은 간간히 수정해야 할 부분을 표시하며 정신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책상 위에 있는 전화가 울리는 것을 보고 수화기를 들었다. 내선으로 걸러 온 전화를 무심히 받던 자성은 비서의 말에 몸을 바짝 긴장시켰다.
[장회장님께서 연락 하셨습니다.]
“바꿔.”
[네.]
[이이사, 아무리 일이 많다고 해도, 우리 얼굴 좀 보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먼저, 연락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야. 오늘 시간 되나?]
자상하게 물어오는 장수기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자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선택을 말로 뱉어 내었다.
“네. 시간 비우겠습니다. 회장님.”
[그럼, 저녁에 보도록 하지.]
달칵.
자성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 참 동안 수화기를 바라보았다.
장수기는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자신을 보자고 한 것일까.
간단한 일을 하려 한다면, 정청을 감시하라는 일을 맡길 것 이었고, 크게 일을 벌리려한다면, 골드문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정청의 수족을 끊어내어 자신에게 덧붙여 달라는 말을 할 인물이었다. 그 수족 중에 제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성이 직접 움직여 자신의 아래로 들어올 것을 종용할 터였다.
“씨발.”
그 더러운 술수에 자신이 이용될 생각을 하니, 욕이 저절로 토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조용한 일식집에 단 둘이 마주보고 앉게 된 장수기와 자성 중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장수기 였다.
“몸은, 다 나았나?”
“예. 제 몸 하나 정도는 추스를 정도는 됩니다.”
“그럼, 슬슬 움직여 줘야 할 일이 하나 있는데.”
자성은 형식적으로 움직이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 입니까.”
“정청이 상하이에 간 동안 이이사가 내 아래로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자성은 역시 자신이 짐작했던 것 중에 하나가 장수기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얼굴을 구기지 않도록 이빨을 한 번 힘주어 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무작정, 그렇게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명분이야,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정청은 다른 이사분들과도 신임이 두터운 편입니다. 그 명분에 대해서는 저보다는 강과장과 이야기 하시는 게 빠르실 겁니다. 제가 움직이기에는, 다른 사람들 눈이 많습니다. 애들도 수긍하기 어려울 겁니다.”
자성의 말에 장수기는 떨떠름한 표정을 띄우며 자성을 바라보았다.
자성은 강과장과 함께 자신을 찌를 칼이기도 하면서, 잘 이용 한다면 강과장과 정청을 없앨 수 있는 좋은 칼이었다. 하지만, 자성은 정청의 목을 노리는 자신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하하하. 이이사, 그렇게 뻣뻣하게 있을 필요 없어. 알았네. 그건 강과장과 이야기 하도록 하지. 시간은 많으니까.”
장수기는 의뭉스럽게 웃으며 자성의 잔에 술을 채웠다.
장수기는 자신을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이는 자성을 빠른 시일 내로 처리 하는 게 경찰들의 손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걸 알기에 자성에 대한 처분을 서둘러야겠다고 생각 했다. 자성을 쳐내기 위해서는 현재 제일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 정청을 움직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나, 그들끼리 죽고 죽이도록 내분을 일으켜 자신에게 대항하지 못할 정도로 잘게 찢어버려야 했다.
그것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이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 골드문이라는 회사를 손에 쥘 수 있는 방법 이었다.